▶ 저렴한 비용이 장점… 공간배치 마음대로… 주문절차 너무 간단
▶ 레고처럼 모듈 연결식… 설치퍼밋도 대행 편리… 모기지 못 받는 게 흠
스캇 크로스비(45)는 자신과 5명의 가족이 화물 컨테이너를 개조한 집에서 살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그러나 이달 크로스비 일가는 샌디에고 해변가 방갈로 뒤뜰에 3개의 침실과 1개의 화장실을 구비한 컨테이너 주거공간을 설치한다. 총면적은 1,100평방피트. ‘깜찍’ 사이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구글에 넘겨 목돈을 챙긴 크로스비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집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함께 정든 고향인 샌디에고로 낙향했다. 하지만 그가 소유한 해변 방갈로는 어린 세 딸을 비롯, 다섯 명의 식구가 기거하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널찍한 뒷마당에 주거공간을 추가하는 방법을 두고 고심하던 그는 우연히 어떤 잡지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사진 속에는 재활용된 화물 운송용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아담한 소형주택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담겨 있었다.
조립업체는 몬태나주 미졸라에 위치한 몬테이너. 물론 컨테이너에 음율을 맞춘 이름이다.
필이 꽂힌 크로스비는 스마트폰으로 몬테이너의 웹사이트로 들어가 컨테이너 홈 1개동을 즉석에서 주문했다.
길이 24피트, 너비 8피트의 컨테이너 홈 한 동을 주문한 크로스비는 2,500달러의 보증금을 걸었다. 그는 컨테이너 공간을 거실, 욕실과 간이주방으로 개조한 모델을 선택했다.
컨테이너는 항해에 적합한 등급으로 부식에 저항력을 보이는 코텐 특수강철로 만들어졌다. 강도가 높아 교량건설과 선박 제조에도 사용되는 산화스틸이다.
크로스비는 주문절차가 너무 간단해 너무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공간배치를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거나 전기기구를 설치해 달라고 따로 부탁할 일도, 직접 뛰어다니며 퍼밋(인가)을 받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웹사이트에 나온 모델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잡아 버튼을 누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크로스비를 완전히 매료시킨 몬테이너는 소형주택 운동에 힘입어 벤처자본을 조달한 스타트업(창업회사)이다.
아담하고, 단순하며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주거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몬테이너의 주요 고객이다.
더타이니라이프닷컴(TheTinyLife.com)과 ‘타이니 하우스 컨퍼런스’의 창업자인 라이언 미첼은 소형 주택의 인기는 저렴한 주택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학의 주택연구공동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세입자들 가운데 거의 절반은 수입의 30% 이상을 주거비에 사용한다. 또 2014년도 전국 내집 보유율은 64.5%로 8년째 하락세다.
미첼은 “소형 주택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불경기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만약 불경기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관심이 늘어난 것이라면 경기침체 이후 웹사이트 방문객의 수가 줄어들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불경기가 물러간 후 웹사이트 트래픽은 3배 이상 늘어나 연간 수백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2007년부터 고객의 주문에 따라 소형 주택을 조립해 오고 있는 와이오밍주 잭슨 홀의 휠하우스(Wheelhaus)의 수입은 지난 3년 사이에 3배가 늘어났다.
이 회사의 창업주 겸 오너인 제이미 매케이는 “보통 400~1,500평방피트 규모의 소형 조립식 주택을 만들고 있는데 가격은 면적에 따라 8만9,000~29만5,000달러”라고 밝혔다.
컨테이너홈 제작사인 몬테이너는 패트릭 콜린스가 창업 멤버들을 규합해 2013년 출범시킨 회사다. 콜린스는 현재 최고경영자(CEO)로 기업의 업무를 총괄한다. 공동창업주인 토머스 핀치, 조엘 에건과 매트 두귀드는 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자체적인 공식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었다.
창업 첫 해 몬테이너가 잠재적 고객들로부터 받은 문의는 총 1,200건.
한 달에 평균 100명이 연락을 취해 온 셈이다. 현재 몬테이너 공식 웹사이트에는 매월 1만2,000명의 순방문자가 들어오고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5만명의 팔로워가 몰린다.
몬테이너가 만드는 ‘집’은 모듈이라 부르는 한 개, 혹은 여러 개의 재활용 컨테이너를 사용해 10가지 유형으로 조립된다. 모듈의 사이즈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20피트에서 40피트 길이에 너비는 각각 8피트, 높이는 9.5피트이다.
20피트 길이의 선적용 컨테이너의 내부공간은 160평방피트, 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면적은 320평방피트다.
내부는 보통 완전한 단독주택 공간으로 꾸며지거나 모듈단위로 침실, 거실, 욕실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보다 더 넓은 공간을 원하는 고객은 몇 개의 모듈을 마치 레고 블락처럼 연결시켜 사용할 수 있다.
이제까지 접수된 몬테이너의 올해 컨테이너 주택 선주문량은 15동. 내년에는 30~50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수요가 높은 모델은 원-모듈 홈, 즉 컨테이너 한 개로 만들어지는 집이다.
몬테이너 고객들의 대다수는 시애틀과 베이 에리어 등 집값이 비싼 서부지역에 거주한다.
보통 전통적인 미국 집은 나무로 지어진다. 따라서 주택을 짓는데 재활용 자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앞세워 몬테이너는 소형 주택시장의 틈새를 파고 들 수 있었다.
사실 컨테이너로 만든 집이 그리 흔하지는 않지만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이미 2006년 화물 컨테이너를 활용한 저소득층 주거단지를 선보인 바 있다.
다른 소형 주택 건설사들과 달리 몬테이너의 컨테이너 홈에는 바퀴가 달려 있지 않다. 집 소유주가 원하는 곳으로 끌고 다닐 수 있는 모빌 홈이 아니라는 뜻이다.
몬테이너 홈은 설치기반, 즉 파운데이션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따라서 여느 일반 주택과 마찬가지로 시 정부의 주택건축 법규와 인가를 받는데 필요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시 정부로부터 건축 인허가 절차는 까다롭다. 몬테이너는 고객들을 끌어 모으려면 다른 무엇보다 회사 측이 이 모든 절차를 대행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재빨리 깨달았다.
몬테이너의 최고경영자 콜린스는 규격화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는 “몬테이너가 만드는 컨테이너 단독주택과 보조 시설물은 전국 어느 곳에서건 시 조례가 요구하는 건축규격에 맞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밝혔다. 만일 건축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회사 측은 즉시 고객의 예치금을 되돌려준다.
다시 말해 고객이 주문을 하면 몬테이너는 모든 인가를 받고 설치준비를 마친 상태의 컨테이너 홈을 원하는 장소로 배달해 세워준다.
하지만 문제가 아주 없지는 않다. 파이낸싱이 사업확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몬테이너는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는 주류층 고객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 소형 주택에 관심을 가진 바이어들을 잡아채려면 이들에게 모기지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만만치가 않다.
일반 은행들은 좀처럼 소형 주택들에 대한 담보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시장이 아직은 규모도 적고 일반에 낯설기 때문이다.
천상 몬테이너의 바이어들은 현금으로 컨테이너 집을 구입해야 한다. 에퀴티 론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지는 않다.
뱅크레이트닷컴(Bankrate.com)의 수석 재정분석전문가인 그레그 맥브라이드는 “많은 렌더들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10만달러 이하인 주택은 담보대출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형 주택에 모기지를 내준 렌더는 이를 모기지 담보채권으로 만들어 투자가에게 팔아넘길 수도 없다. 그러기엔 시장이 너무 작고 비전통적이다.
이러다 보니 대출은행이 부동산(컨테이너홈)에 대한 모든 위험을 혼자 떠맡아야 한다. 만일 모기지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은행은 고스란히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콜린스는 현재 몬태나와 워싱턴주의 몇몇 크레딧 유니언들을 상대로 고객들에게 모기지 대출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린스는 “현재로선 현찰을 주고서라도 컨테이너 홈을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 상태”라며 한껏 여유를 보였다. <김영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