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음악은 인생을 아름답게 하죠”
▶ 줄리아드 최초 한국인 최연소 정교수...28일 창단20주년 콘서트
뉴욕의 클래식계에 한국인의 이름은 드높다. 세계적 연주가인 이들의 뒤에는 훌륭한 스승이 있다. 제자들에게 가르침과 더불어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해오는 강효 교수, 그가 창단 주역이 된 현악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가 20년이 되었다. 줄리아드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음악인생을 들어본다.
▲기다려주는 스승
“월·화·수는 예일대에서 가르치고 수요일 저녁 뉴욕에 와서 당일 레슨을 하고 다음날부터 줄리아드에서 가르친다. 7일내내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니 점심이나 저녁 약속을 할 수가 없다.”는 강효 교수.
그는 이 엄청나게 몸이 피곤하고 정신이 소모되는 일들을 또 엄청 사랑한다.
“가르치는 일이 좋다. 우울해 있고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으면 감성이 살지 않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 밝고 자신감 있는 아이들은 실제로 연주가 발전했다. 배워간다는 것을 느끼고 내가 느는구나 하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그런 점을 찾아주려고 한다. 좋은 음악은 인생을 아름답게 한다.”
그래서 그는 제자가 잘 못해도 화 내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자신이 잘한다 느낄 때 가장 많이 배운다’는 그는 제자가 스스로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는 수많은 작곡가 중 굳이 한 명을 들자면 악성(樂聖) 베토벤을 사모한다.
“베토벤은 성격이 괴팍하여 주위 인물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지만 곡들이 모두 훌륭하다. 비엔나의 베토벤 묘지에 세종 총감독인 아내 강경원과 함께 찾아가서 꽃을 바친 적이 있다. 그때 성격이 좀 모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더라도 재능이 뛰어난 자들을 돕자는 의견을 나누었다”
그동안 장영주, 리처드 용재 오닐, 길 샤함 등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강효는 지금도 제자들의 악기 대여, 스폰서십, 연주 기회 등을 만들어주고 있다.
“오래도록 학교에 있다 보니 잘 하는 인재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대를 마련하여 함께 좋은 콘서트를 열고 싶었다.” 그래서 1994년 다국적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탄생되었다.
▲‘세종’의 이름으로
1995년 9월 22일 링컨센터에서 데뷔무대를 가진 세종은 현재 14명 단원 중 7명은 한인, 7명은 미국, 독일, 일본, 중국인이다. 1년에 350여회 공연을 하며 세계 100개 도시를 돌고 있다.세종 솔로이스츠는 오는 28일 링컨센터 앨리스털리홀에서 창단 20주년 연례 베네핏 콘서트를 연다.
이번 콘서트에는 세계 최고의 바이얼리니스트 길 샤함, 세종 창단멤버 아델 안토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찬, 줄리아드 교수인 캐서린 조, 드레스덴 음대교수 이유라,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김지연 솔로이스트 등이 무대에 선다. 물론 모두 그의 제자이다. 콘서트와 더불어 열리는 옥션에는 그림, 여행 프로그램, 유명식당·전자제품 기프트 카드 등이 나와 더욱 재미를 준다.
세종은 뉴욕 콘서트 후 한국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고 12월 15일에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콘서트 시리즈 초청연주로 유명 바이얼리니스트 초량 린과 협연한다. 내년에는 다시 유럽 초청 투어를 간다.“연주를 다니면 외국인들이 ‘세종’이 뭐냐고 물어왔다. ”는 그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이름을 널리 알리는 한편, 뛰어난 한민족의 재능을 인정받아 세종이 ‘세계 최고 앙상블’이란 찬사를 듣게 했다.
강효는 그의 나이 50세에 세종을, 60대에 들어서면서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출범시켰는데 고국 봉사 마음이 밑바탕이 되었다. “콜로라도 아스펜 음악제에 갈 때마다 한국에도 이런 음악제가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학생들, 세계 문화가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는지 그 변화를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한국학생들이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우게 하고 싶었다. 세계적인 연주자 초청 마스터 클래스를 열고 음악회를 여니 다들 너무 좋아해 보람도 많이 느꼈다.”
대관령 국제음악제는 2004년 7월24일~8월6일 용평 리조트내 해발 832미터 천막 홀에서 시작됐고 그는 8년 동안 기반을 닦은 다음 후배들에게 물려주었다. 2년 전부터는 정명화·정경화 자매가 이어받아 대관령 음악제로 치러지고 있다.
▲클래식이 흐르는 집
1944년 서울에서 내과의사인 강동완·채훈자씨의 3남 중 막내로 태어난 강효는 학구적이고 서정적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내과의사인 아버지가 학문과 문화에 관심이 많아 집에는 수많은 서적과 그림들이 있었고 그 시절 드물게 전축과 축음기도 있었다.
“형님들이 새로운 클래식 레코드를 구해오면 항상 전 가족이 모여 함께 음악을 들었다.” 클래식이 흐르는 집에서 성장한 그인지라 자연스레 음악의 길로 가게 만들었다. 피난 간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피아노를 오랫동안 배워 왔는데 어느 날, 한 친척이 바이얼린을 가져왔다.
“소리가 너무 아름다웠다. 바이얼린을 만지고 닦아보고 활을 물로 씻어보고, 12살부터 시작한 것이 하루, 하루,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지금까지도 재미있게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생이던 강효는 1964년 미국 유학 기회를 갖게 된다. 1964년 세계적인 바이얼리니스트 세놉스키가 내한 공연차 왔다가 그의 연주를 듣고 바로 미국으로 초청한 것.
강효는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서머캠프에서 가르치는 세놉스키를 따라 6~7주 캠프에 참여한 후 피바디 음대에서 5년간 공부한다. 다시 세놉스키의 소개로 줄리어드 음악원의 ‘20세기 바이얼린의 대모’ 도로시 딜레이 교수를 만나 뉴욕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세놉스키 교수와는 같이 연주도 많이 하고 추억거리가 많다. 도로시 딜레이 교수의 티칭 방법은 절대 직접 꾸중을 않는 것이다. 슬쩍 행동으로 보여주어 스스로 깨닫게 만들었다. 작고한 두 분 다 훌륭한 스승이셨다.” 그래서 그는 살아가면서 실수 않는 사람이 없듯이 그 실수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제자들에게 꼭 짚어주고 나가야 할 것은 가볍게 하고 나간다. 말이 별로 없는 대신 잘 웃는 모습이 푸근함을 안겨준다.
▲1986년 줄리아드 정교수로
강효는 1978년 줄리아드 프리칼리지와 칼리지에서 티칭을 시작, 1986년에는 정교수(tenure faculty)가 되었다.
“요제프 폭스, 시몬 골드베르크, 도로시 딜레이...한국에 있을 때부터 명성을 들어온 분, 피난 시절에 들어오던 연주자들과 나란히 같은 학교의 교수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책임감도 생겼다.”
줄리아드 음악원 최초의 한국인 최연소 정교수로 발탁된 그는 1969년부터 30여 년간 워싱턴 케네디센터 상임 실내악 주자로 무대에 서는 한편 1978~2005년 콜라라도 아스펜 음악제 음악학교뿐 아니라 일본 나가노 아스펜 음악축제 교수 등을 지냈다.
강효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것은 12년 전, 이제 그는 스승으로서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현재 줄리어드 음악원 학생 600명 중 한국인이 65명, 코리안 아메리칸이 60명 정도, 그는 현재 40여명의 제자를 가르치고 있다.
▲음악은 열정이 중요
“미국 생활 50년이지만 한국 친구들이 더 많다. 7일내내 학생들과 있다 보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한국에 가서 재충전 시간을 갖는다. 가르치지 않고 주로 친구들, 한국의 세종멤버들을 만난다.”는 강효, 그는 음악인의 자세를 일러준다.
“음악을 평생 하려면 좋아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열정이 있어야 한다.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연습도 잘된다. 열정이 없는 학생은 학교생활도 힘들도 졸업 후에도 잘 풀리지 않는다. 정말 음악을 좋아하면 연습도 즐겁다.”
부모나 타인의 권유로 시작한 음악은 얼마 못 가므로 자신의 마음 속 ‘열정‘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는 어린 소년을 통째로 흔들었던 아름다운 소리를 마음속에 간직한 채 뉴욕생활 50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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