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건축설계사 맨하탄 직장 총격계획
▶ 살생부 작성 등 치밀...경찰, 아파트서 자동소총 발견
맨하탄의 건축설계 회사에 근무 중인 30대 한인남성이 직장에서 총기난사 범행을 기도했다가 사전에 들통 나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알려진 이 남성은 총기를 구입하고 살해할 직장 동료들의 살생부까지 작성하는 치밀한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시경(NYPD)는 맨하탄 다운타운에 위치한 미국계 C건축설계회사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장모(35씨를 ‘테러 위협’(Terroristic Threat) 혐의로 지난달 29일 오전 10시께 뉴저지 우드릿지 자택에서 긴급 체포했다고 6일 밝혔다.
■직장동료 살생부까지 작성
경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장씨는 체포 한 달 전인 지난 4월28일부터 수차례 자신과 가까운 동료 직원 A(여)씨에게 직장내 총기난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털어놨다.
장씨는 ▲총기구입 사실과 함께 ▲“비극적(tragedy)인 일이 될 것”이며 ▲“뉴스에 크게 나기를 희망한다”는 등의 구체적 범행계획을 설명하면서, A씨에게 특별히 “내가 주의(warn)를 주면 그날은 직장에 나오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장씨는 이후 회사 직원들 전체가 한 장소에 모이는 회의가 언제 있는지를 회사측에 문의했다고 A씨는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당초 장 씨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씨가 보이는 행동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신고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장씨는 며칠 후 직원들의 책상 배치도를 빈 종이에 그린 뒤, 몇몇의 직장 동료 이름 위에 X자를 그려 넣는 모습이 A씨에게 목격됐다. 특히 X자가 그려진 직원들의 이름 옆엔 총기의 종류까지 세부적으로 명시해 이 종이가 살생부임을 암시케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A씨는 장씨가 살생부를 작성하던 중 자신이 다가가자 황급히 주머니에 구겨 넣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둘러대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경찰을 찾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장 씨의 뉴저지 우드릿지 소재 아파트를 급습해 장씨를 체포하고, 집안에 보관 중이던 자동소총 등을 증거품으로 확보했다.
■장씨는 누구… 범행계획 동기는
장씨는 영국의 명문디자인 학교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 등을 나온 실력파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미국은 물론 한국과 영국,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전 세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내 전시 공간 한곳을 손수 디자인하고, 맨하탄 할렘에 위치한 건물을 어린이 놀이공간으로 리모델링해 큰 주목을 받았다.
장씨가 현재의 C사에 입사한 것은 지난해 2월로 약 60명의 동료 직원과 함께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은 장씨가 왜 이같은 범행 계획을 세웠는지 여부다. 일부에서는 아시안이 드문 업계 특성상 차별 문제가 발단이 됐을 지 모른다는 추측도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장씨가 자동소총을 보유한 점과 A씨의 진술 등을 미뤄 실제 대량살상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테러 위협’ 혐의 기소됐다. 장씨는 체포 다음날인 30일 열린 인정 신문에서 무죄를 주장했으며, 현재 1만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된 상태에서 구치소에 구금 중이다. <함지하 기자>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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