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고민과 문제들을 안고 찾아오는 내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치 각 사람에게 꼭 맞는 옷을 짓는 재단사처럼, ‘어떤 상담 기법으로 이 분을 도와줄까’란 고민과 연구를 한다. 그들 중에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내담자와 복잡한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감정이 억압되어 불안과 분노를 표출하는 내담자에게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과 욕구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꿈(dream)’을 사용한다.
어떤 분들은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는 등의 꿈 해몽을 생각할 수 있으나 심리상담에서 보는 꿈 해석의 관점은 일반적인 꿈 해몽과는 많이 다르다. 인간 내면의 무의식 세계를 인정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이드 (Freud)나 융 (Jung) 같은 정신분석학자들은 꿈을 무의식의 메시지로 보았는데, 수면 중에 자기방어가 약해져서 억압된 욕망과 감정이 꿈을 통해 표출된다고 한다. 그 꿈을 이해하고 분석함으로써 과거에 억압된 갈등을 이해하고 무의식의 의식화를 도움으로써 건강한 자기개념 형성을 돕는다고 설명한다.
한편, 무의식을 무시하고 현재(here & now)와 존재의 의미를 중요시 여기는 실존주의자들도 생시의 경험과 함께 꿈의 경험도 현실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어 관찰함으로써, 부인했던 감정들의 경험을 촉진시키며 자기 인식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보았다. 반면, 인지 치료에서도 인지적 왜곡이나 부적응적 사고 패턴을 꿈을 통해 구분해 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이렇듯 다른 상담 이론과 기법을 주장하는 학자들이지만, 꿈을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로 생각하는데는 한 목소리를 낸다.
내가 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약 7년전 융의 분석심리를 공부한 한 상담교수님을 만나 꿈을 통한 상담을 받으면서였다. 6회에 걸쳐 꿈을 적어와 나누었는데,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억압되고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상징이나 이미지로 표출됨을 보았다. 그 당시 불안과 우울함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그 때 자주 꾸던 꿈은 폭격하는 전쟁터 속에서 도망 다니거나, 패싸움을 구경하거나, 높은 담장 위를 걷든지, 혹은 진흙이 무너져 내리는 산을 오르는 등의 듣기만 해도 힘든 꿈이었다.
상담을 받던 어느 날 넓고 푸른 초원을 차를 타고 달리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 후 상담 공부를 시작하고 계속 내면의 힐링 작업을 통해 불안과 우울이 완화되면서 전쟁 꿈이나 도망가는 꿈은 거의 줄어들었다. 그 후 몇 개월 후에는 잔잔한 바닷가에서 고운 한복을 입은 여인들이 바다와 해변을 오가며 화관무를 추는 평온한 풍경을 꿈꾸었고 몇 개월 후에는 창문이 많은 집에 밝은 햇살과 함께 빗물이 폭포처럼 집을 가득 채우는 꿈을 꾸었다. 지금도 아침에 깨면 눈을 감고 누워 잊기 전에 5-10분 정도 꿈을 되짚어보며 중요한 상징과 이야기를 머리맡에 둔 노트에 적고 현재의 사건이나 과거의 기억들과 연관시켜 의미를 찾으려 한다.
내담자들과도 꿈을 나누며 내면의 회복과 함께 꿈이 변하는 것을 경험한다. 아버지와의 관계로 힘들어 하던 한 내담자가 어느 날 아버지와 노란 오리가 떠 있는 파란 호숫길을 말없이 함께 산책했다고 했다. 더 회복되면 아버지와 대화하는 단계까지 갈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자신을 찾고 싶다며 찾아온 중년의 여성 내담자가 맞는 사이즈의 신발 (독립하는 자아의 상징)을 못 찾아 헤매는 꿈을 계속 꾸기도 하였다.
이런 경험과 방법을 나누고 싶어 3월 첫 화요일부터 5주 동안 ‘꿈을 통해 내면 이해하기’ 워크샵을 진행한다. 메릴랜드대학교 상담심리학 교수 힐(Hill)박사의 ‘인지-경험적 방법의 꿈 해석’을 소개하고 함께 꿈 작업을 하려 한다.
꿈에 나타나는 상징과 이미지는 개인의 기억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에 자신의 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 참석할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꿈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 방법을 다음 칼럼에서 나누려 한다.
counseling@fccg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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