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전’ 생각나게 만드는 수술효과
▶ 고작 세 살 젊어 보여…거기다‘매력’점수도 제자리 “결국 자기만족 그치거나 과장광고의 피해자가 될 뿐”
성형수술은 매력을 높이지도 않고 나이보다 젊게 보이도록 만드는 효과도 그리 높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요즘은 성형시대다. 머리통 큰 것을 제외하곤 타고난 생김새를 온통 뜯어고칠 수 있다. 쌍꺼풀은 기본이다. 코를 높이고 입술을 도톰하게 만들고, 피부를 팽팽하게 당긴다. 적은 가슴을 크게 늘리고 각진 턱을 깎아낸다. 외모의 완전한 재창조다. 한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타고난 생김새는 바뀌지 않는다”는‘원판불변의 법칙’이 운명론처럼 나돌았지만, 이미 옛날 얘기다.
성형수술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고, 간단하다.
타고난 외모를 개선하고 실제 나이보다 젊게 보이기 위해서다. 조금이라도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에는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다. 덕분에 성형외과는 오늘도 성업 중이다.
그런데 성형수술의 효과가 대단치 않다는 썰렁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얼굴을 몽땅 손본다 해서 매력을 팍팍 풍기는 훈남, 훈녀가 되는 것은 아니며 사람들이 느끼는 객관적인 개선 정도는 그리 대단치 않다는 주장이다.
적지 않은 돈을 외모 수리에 투자한 ‘환자’의 입장에서 별로 기분 좋은 보고서는 아니다. 그들만큼, 혹은 그들보다 더 불쾌한 쪽은 아마도 성형의사들일 터이다.
미의학협회 안면성형외과 저널 온라인판에 올라온 보고서는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얼굴이 독립적인 품평가(viewerㆍ뷰어)들로부터 평균 3년가량 젊어 보인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뷰어들은 수술을 전후한 환자의 얼굴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얼굴을 왕창 뜯어고쳤는데 매력이 업그레이드된 것도 아니고, 고작 3년 정도의 세월의 흔적을 덜어내는데 그쳤다면 그다지 수지맞는 투자랄 수 없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12만명 이상의 남녀가 안면 성형수술을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최소한 10년은 더 젊어보이게 만들어준다는 과대광고를 믿고 수술대에 누웠다.
일반적으로 용모는 3년 사이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50세 얼굴과 53세 때 얼굴은 거기서 거기다.
다시 말해 평가자들이 내린 결론은 성형수술의 효과가 별로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맨해턴 소재 레녹스힐 하스피틀 안면성형외과의 A. 조수아 짐 박사도 “3년 젊어 보이려고 수술을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짐 박사의 연구에 참여한 50명의 뷰어들은 토론토의 피터 아담슨 성형외과 전문의에게서 시술을 받은 42~73세 남녀 49명의 바인더를 무작위로 배정받았다.
뷰어들은 환자가 성형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실험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또한 같은 사람이 수술 전과 후의 사진을 동시에 볼 수 없도록 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에게 사진 속 인물의 나이를 짐작해 보라 요구했다.
환자의 수술 전 사진을 보았을 때 평가단은 그들의 나이를 실제보다 평균 2.1세 어리게 추정했다. 수술 후 사진에 대해서는 평균 5.2세 낮은 나이를 제시했다. 말하자면 3.1년의 차가 벌어진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아담슨 성형전문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사한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수술 후 환자의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평균 7년 낮게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연구는 규모가 작았을 뿐 아니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
짐 박사는 나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성형수술이 환자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부정적 연구결과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짐 박사는 연구에 참여한 지원자들에게 환자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지를 1부터 10까지의 숫자로 표시하도록 했다. 채점표 분석 결과 평가치의 60%가 4부터 6사이에 몰렸다.
수술 전이나 후나 점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수술 후 매력이 ‘추가’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한마디로 “그게 그거”라는 평가다. 환자 입장에선 본전 생각나게 만드는 야박한 평가일 수 있다.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인 짐 박사 자신도 연구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는 “표본 집단을 확대하고 나이가 아니라 매력에만 초점을 맞춰 조사를 했다면 아마도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외과적 시술결과만으로 범위를 제한했다. 레이저를 이용한 잡티 제거나 얼굴에 볼륨감을 주기 위한 지방주입 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제외됐다.
많은 성형전문의들은 주름살과 반점이나 잡티를 제거해 주는 시술 결과가 평가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다.
사실 얼굴이 젊어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외과적 시술보다는 이런 비외과적 조치라는 주장이다.
쌍꺼풀 수술을 하거나 코를 높인다고 해서 얼굴이 더 어려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름살을 펴주면 안면에서 상당한 세월의 흔적을 지워낼 수 있다는 게 성형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안면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마이애미의 제임스 스투진 박사는 짐 박사의 조사결과를 확대 해석해 일반화 하려드는 경향을 경계했다.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의 성형외과의 발 람브로스 박사는 일단 연구진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었다. 람브로스 박사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연령 개선 효과와 매력을 수량화 하려는 진지한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나 오용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매력 등과 같은 추상적인 성질에 구체적인 숫자를 배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잘 안다며 슬그머니 연구원들의 뒤통수를 쳤다.
그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성형외과들의 광고를 예로 들어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 명의 외과의는 “수술을 하면 최소한 4.2년은 더 젊어 보인다”고 떠들고 다른 한쪽은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걸스카웃으로 만들어준다”고 대응한다면 애꿎은 환자들만 과대광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10년의 시간을 되돌린다”는 현재의 과대광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늙었다는 올해 55세인 워싱턴 소재 정보기술 전문가 앨런 임브라구그리오는 지난 4월 눈꺼풀 위와 아래를 모두 수술했다.
그는 수술을 할 때 3년, 혹은 5년 정도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으려 했던 것은 아니며 본인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만족감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앨런은 다른 무엇보다 “피곤한 표정”을 제거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친구들조차 “눈이 감긴 것 같아 어딘지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하곤 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억울한 말을 듣지 않게 될까 궁리하던 그는 눈꺼풀 수술을 한 번 받아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자신의 매력을 높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단지 자기보다 젊은 사람이 하는 일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활기찬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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