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보호운동과 경제 위기로 관객 감소 팬들은 늙어가고 아이들은 축구에 열광
▶ 젊은 세대 일부“문화유산으로 되살리자”캠페인
것은 6세 때였다. 그리고 그날 피에 젖은 결전을 숨죽이고 지켜본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그후 20여년 넘게 계속된 그의 집념은 시작되었다. “그 경기장에선 황소가 등장하고, 싸우고, 죽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의 이야기이지요”그것은 또한 18세기에 시작된 스페인 투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갈수록 거세지는 동물보호 운동과 경제 위기로 스페인의 명물 투우산업이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로페즈 마라베르는 이 전통을 아껴온 나이든 보수적 팬들로부터 투우에 대한 애정을 이어받은 스페인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그는 이 문화적 상징을 스페인 투우에 열광했던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자신의 논픽션 ‘오후의 죽음’에서 그렸듯이 야수와 맞서는 인간의 예술의 경지에 이른 투쟁으로 낭만화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붙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는 투우를 한 번도 본 적 이 없는 사람들을 투우 경기에 초대했을 때 그들이 보인 반응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예술이란 박물관에 걸려있는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투우 역시 예술”이라고 28세의 로페즈 마라베르는 강조했다.
이번 주 팜플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연례 산페르민 축제엔 하이라이트인 ‘황소몰이’ 이벤트를 구경하기 위해 수 천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투우에 대한 관심 재연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듯하다.
스페인 문화부 통계에 의하면 투우 경기의 회수는 2008년 3,295건에서 2012년 1,997건으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감소했어도 아직 투우는 매년 스페인 경제에 32억 달러를 더하고 있으며 1만 명 이상의 직접 고용 효과를 내고 있다.
투우는 고대 로마시대 이후 계속되어 왔다. 땅 위에 두 발로 황소와 마주 서는 투우사, ‘마타도르’ 전통의 기원은 1,700년대 초로 알려진다. 스페인과 함께 여러 형태로 변형된 투우 전통은 포르투갈과 프랑스 남부 그리고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멕시코와 페루, 콜롬비아 등에서 유지되고 있다.
전통적인 스페인 투우경기에선 황소는 맨 처음 주역 투우사인 마타도르와 맞서다가, 곧 이어 말을 타고 나와 창으로 찌르는 두 명의 피카도르와 싸우게 된다. 그 다음에 뛰어나오는 투우사가 반데릴레로인데 그들은 색색의 긴 작살을 황소의 어깨에 내리 꽂는다. 이때 다시 마타도르가 등장해 피 흘리며 헐떡이는 황소와 마주 서서 화려한 케이프로 황소를 유인하며 한 동안 싸우다가 달려오는 소의 심장 등에 검을 찔러 단번에 죽임으로써 경기를 끝내게 된다.
유명 투우사들의 경기는 “황홀하고 우아하다”고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의 투우평론가 안토니오 로르카는 말한다. 그러나 이제 투우 팬들은 늙어가고 있다고 지적한 로르카는 “스페인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축구를 하고 좋아하는 선수에게 집착적으로 빠져있다. 반면 투우에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또 스페인의 새 세대는 동물사랑을 교육받은 세대다. 전혀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투우는 동물을 학대하는 잔인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고 로르카는 설명했다.
로페즈 마라베르는 젊은 세대도 투우를 직접 본다면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부터…누구하나는 죽는다는 것을 아니까요”그러나 동물권리 옹호를 위해 설립된 정당 파르티도 애미말리스타의 멤버인 실비아 바르케로에게, 투우는 야만적이다. “우리사회는 발전했고 그 발전의 한 가지는 고통당하는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북동부 카탈루냐 지역에선 지난해 투우금지령이 발효되었고 바닷가 휴양도시 세바스티안 시정부도 2016년부터 투우를 금지하기로 최근 가결했다.
로페즈 마라베르는 투우전통이 식용으로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 나쁠 게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투우는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어 길렀다가 전기감전사 시킨 후 먹는 것보다 훨씬 인도적이다. 관중들이나 마타도르에게 감명을 준 용감한 황소는 사면을 받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문도토로닷컴’이라는 투우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미구엘 페르난데즈 몰리나(25)는 투우반대자들의 주장은 ‘너무 단순화되어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투우용 황소들은 투우만을 위해 사육된다는 것이다. “사육비용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 4~5년 동안 자유롭게 방목되어 마치 왕처럼 산다. 투자비가 엄청나다”고 그는 강조했다.
마드리드 교외의 작은 체육관에선 마타도르 훈련생 콘치 리오스(22)가 붉은 케이프를 휘두르며 연습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1톤짜리 황소가 정면으로 돌진해 온다고 상상하며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연습에 몰두한다. 스페인 사상 가장 성공적인 여성 투우사 훈련생 중 하나로 꼽히지만 금년엔 아직 투우장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경기 자체가 많이 열리지 않아서요”리오스는 투우가 살아남으려면 전통주의자들이 홍보를 좀 더 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투우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투우를 피 흘리는 잔인한 싸움이라는 시각이 아닌, ‘우리의 문화’로 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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