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 연령대 아동 사망요인 두번째가‘익사’로 집계 30초 사이에 생사 갈려… 물 무서워 할수록 더 배워야
■ “자녀를 위해 무조건 가르쳐라”
어린 자녀에게 꼭 가르쳐 주어야 할‘생존기술’이 있다. 바로 수영이다. 수영은 필수적인 생활기능이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다른 무엇보다 생존을 위해 훨씬 중요하다. 평소 물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해도 수영은 배워두는 게 상책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물에 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공공 비치나 풀은 물론 호수나 연못, 심지어 뒷마당에 설치해 놓은 이른바 ‘꼬맹이 풀’에 빠져 죽기도 한다.
네 살 미만의 아이는 2피트 깊이의 물에서도 얼마든지 익사할 수 있다. 바람을 불어넣어 부풀리는 이동식 간이 풀의 높이는 2피트 안쪽이지만 소비자 상품안전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부터 2016년에 이르는 동안 미 전역에서 47명의 코흘리개들이 여기에 빠져 숨졌다.
고무로 된 이동식 간이 풀의 부드러운 측면에 몸을 기대고 물에 손을 집어넣으려 발꿈치를 들다가 앞쪽으로 미끄러지며 머리부터 물속에 처박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물에 빠진 아이는 30초 이내에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야 산다. 그렇지 않으면 질식하고 만다.
하지만 패닉상태에 빠진 어린 아이가 물속에서 침착하게 몸을 일으켜 세우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평소 훈련이 필요하다. 자녀의 안전을 위해 수영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개중에는 유난히 물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애나린 바비어의 딸이 그랬다. 바비어는 딸이 물에 빠졌을 때 스스로를 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당시 여섯 살이던 딸을 동네 고등학교 수영 클래스에 등록시켰다.
첫 날 풀장으로 끌려온 딸은 울고 불며 난리를 피웠다. “이미 돈까지 다 지불했으니 어쩔 수 없다.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안심해라”고 타일렀지만 눈물범벅이 된 딸은 발까지 굴러가며 “엄마 미워”를 연발했다.
다행히 수영강사는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올해 열네 살이 된 애나린의 딸은 지금은 물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물개’족으로 변했다.
8년 전 딸의 고집을 찍어 누른 애나린은 “자식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 있어서는 절대로 양보해선 안 된다”며 “수영은 반드시 가르쳐야 할 생활기능이자 생존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수명을 배우는 목적이 단순히 익사 위험을 줄이는데 국한되지는 않는다. 수영은 전신운동이자 어린이와 고령자 모두가 연령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평생 운동이다.
올해 93세인 엘리노어 다아이온드는 거의 걸음을 걷지 못하지만 1주일에 수차례씩 올림픽 사이즈 풀장을 수영으로 왕복한다.
어린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한다. 한 살에서 열아홉 살 사이의 연령대에서 익사가 두 번째 사망요인으로 꼽히는 부분적 이유다.
3년 전 미 소아과학회는 4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라는 정책적 권고안을 강화했다. 당시 소아과학회는 정식 수영 레슨을 받았다면 1~4세 유아의 익사률이 줄어들었을 것이라 지적했다.
한 살짜리에게 어떻게 수영을 가르칠 수 있을지 의아하겠지만 유아는 물에 대한 친화력이 강하다. 걷기 전에 수영부터 배우는 젖먹이들이 적지 않다.
‘USA 스위밍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흑인 어린이의 70% 라틴계 아이들의 60%, 백인 아동의 40%가 수영을 못 한다.
이같은 인종별 차이는 각 그룹의 경제적 여건과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지만 그 보다는 두려움과 문화적 요인이 더 크다.
남북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백인보다 흑인 가운데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이를 뒷받침하듯 배가 난파됐을 때 자신의 ‘주인’을 구한 흑인 노예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전해져 온다.
수영에 관한 책을 써낸 린 셔는 흑인 커뮤니티가 물과 거리를 두게 된 것은 흑백분리 정책 탓이었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이 당연시되던 시절, 수영에 눈을 뜬 백인 인구가 늘어가면서 흑인들은 점차 공용 수영장이나 구조원이 배치된 비치에서 밀려났다.
그 결과 소수계 부모들은 어린 시절 수영을 배우지 못한 채 성장했다. 수영을 못하는 성인은 대체로 물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물 공포증’은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그들의 자녀에게 대물림된다.
브루클린 지역 초등학교의 2학년 담당교사는 수영 레슨을 위해 아이들을 YMCA로 데려가기로 했다. 그러나 한 학생의 엄마는 “아들이 물을 너무 무서워한다”며 승낙서에 서명을 해주지 않았다.
담임교사는 직접 그 학생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물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더욱 더 수영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해준 뒤 어렵사리 허락을 얻어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신기록 보유자였던 컬린 존스는 다섯 살 때 물귀신이 될 뻔했다.
물놀이 공원의 이너튜브에서 물속으로 내동댕이쳐진 뒤 30초 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다. 인공호흡을 통해 소생한 그는 부모에게 등을 떠밀려 곧바로 수영 클래스에 등록했다.
흑인인 존스는 현재 USA 스위밍 파운데이션의 ‘첨벙 첨벙 캠페인’에 참여, 전국을 돌며 소수계 어린이들에게 수영을 배울 것을 권한다. 소수계 아동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수영 레슨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 역시 그가 떠맡은 주된 임무다.
하지만 수영을 배웠다 해서 익사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미 소아과학회의 수영 관련 정책건의안을 작성한 제프리 웨이스 박사는 물에 들어가는 어린이들은 항상 수영을 할 줄 아는 성인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성인 ‘지킴이’는 책을 읽거나 텍스팅을 하는 등 딴 짓을 하지 말고 아이에게 온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제 아무리 수영에 능하다 해도 아이를 혼자 물가로 보내는 것은 금물이다. 수영을 아주 잘하는 친구나 어른과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면 ‘나 홀로’ 물놀이를 허락해 주어선 안 된다.
아이들이 물에서 거칠게 노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 친구를 수영장 안으로 밀어 넣거나 머리를 눌러 물속으로 처박는 등의 위험한 장난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어린이가 물에 빠진 뒤 의식을 잃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30초면 충분하다.
철없는 악동들의 거짓 구조요청도 죽음을 부르는 치명적 장난이 될 수 있다. 6월은 물과 가까워지는 계절이다. 자녀의 안전을 위해 올 여름방학에는 수영부터 가르치는 것이 어떨까.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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