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 꺼리는 아시안, 같은 문화권 2세 고집 대리모 수요는 많은데 공급자 턱없이 부족 100% 중국혈통에 학위 있으면 값 더‘껑충’
▶ 타인종 비해 가격 3배, 왜?
필리핀 혈통인 니나 셔만(25)은 세 차례 난자를 제공하고 2만1,000달러를 손에 쥐었다.
미국은 연방법으로 장기판매를 금지한다. 예를 들어 간이나 신장 등을 돈을 주고 사고팔 수 없다. 하지만 여성의 난자매매는 위법행위가 아니다. 이 분야 전문 변호사들의 해석에 따르면 그렇다. 그래도 난자‘거래’를 하는 불임치료 클리닉들은 눈총을 맞지 않으려 여간 눈치를 보는 게 아니다. 난자를 제공할 여성을 찾는다는 광고를 낼 때에는 말을 고르고 또 고른다.“난자 삽니다”는 문구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난자 기증자를 찾습니다”가 모범답안이다.“대가를 지급한다”는 내용 역시 한참 에둘러 표현한다. 가장 자주 사용되는 표현은“난자 제공에 따르는 시간과 고통, 그리고 불편함에 대해 소정의 수고료를 드립니다”이다.
노스웨스턴대에서 생명윤리학을 가르치는 로리 조로스는 “난자 광고문만을 기준으로 보면 제공자의 인종적 배경에 따라 ‘수고료’에 차등을 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아시아 여성이 다른 인종적 배경을 지닌 난자 제공자에 비해 몇 배나 많은 ‘수고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사실 불임치료 기관들이 아시아 여성에게 지급하는 난자제공 대가는 1만달러에서 2만달러에 달한다. 타인종 여성들에게 지급되는 ‘수고료’가 6,000달러 정도인 것에 비하면 대략 세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불임클리닉들이 광고에서 밝힌 대로 이들에게 제공하는 사례금이 난자 자체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시간과 고통, 그리고 불편함을 보상해 주는 수고료 라면 이 같은 차이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조로스는 “가난한 흑인 여성이나 히스패닉 여성이 난자를 ‘기증’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이 아시아계나 유대계, 혹은 스탠포드를 졸업한 여성에 비해 결코 덜하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심한 ‘가격 차’는 최소한 클리닉 광고문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조로스는 “인종과 격에 따라 난자 ‘가격’에 차이를 두는 것은 자본주의가 ‘인체 부품’시장에까지 파고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확실한 예에 속한다”고 말했다.
난자 기증과 이에 수반되는 ‘수고료’ 사이의 관계 역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 즉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라 정해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아시아 여성의 난자 가격이 타인종 여성에 비해 “비싸다”는 것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의 혼혈인 린다 클라인(26)은 캘리포니아 샌마코스의 ‘베이비 미러클스’를 통해 세 차례 난자를 기증하고 수고료로 2만6,000달러를 챙겼다. 클라인은 자신의 난자를 “돈 되는 소중한 재고품”이라고 부른다.
샌디에고 소재 메사 칼리지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하는 클라인은 아시아 여성의 ‘재고품’에 대한 수요가 워낙 높은 데다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공급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수고료’가 타인종 여성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베이비 미러클스의 원장인 록산느 사로는 “아시안 기증자, 특히 100% 중국인 혈통이고 지적인데다 학위까지 갖고 있을 경우 ‘수고료’가 껑충 뛰게 된다”고 밝혔다.
클리닉 운영자들은 처음 제공한 난자가 임신으로 연결된 아시아 여성은 ‘후속’ 기증을 거듭할수록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UC데이비스의 리사 이케모토 법학교수는 특정 인종에 속한 기증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난자의 가격 책정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출신 학교, SAT 점수, 인종적 배경 등이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가치가 높은 특성을 지닐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상품’이나 마찬가지다.
비영리기관인 미 생식의학협회의가 자발적으로 정한 지침은 인종, 외모, 높은 점수 등과 같은 구체적인 특성을 이유로 난자 기증자들에게 ‘추가 수고료’를 지급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지만 이를 따르는 클리닉은 거의 없다.
생식의학 전문 변호사인 앤드류 볼지마이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난자시장은 “무법자들이 판치는 거칠디 거친 서부”를 방불케 한다.
‘생식업계’ 전문가들은 아시아 여성의 난자에 높은 수요가 몰리는 주된 이유로 입양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을 꼽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완전한 ‘남의 아이’보다는 부부 가운데 어느 한 쪽의 유전적 특질이라도 물려받은 아기가 더 낫다는 아시아 문화권의 완고한 혈통의식이 그 토대를 이룬다.
아시아계 여성의 난자는 부를 일궜으나 후사를 놓친 중국인 커플들이 미국의 대리모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심각한 공급난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가 12간지 가운데 최고의 행운을 가져오는 것으로 여겨지는 ‘용의 해’라는 점 때문에 난자 수요가 폭증, ‘품귀현상’을 심화시켰다.
평균적으로 아시아 여성의 봉급수준은 타인종 여성에 비해 높으며 대학 졸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동양 여성의 평균 소득은 백인 여성에 비해 13%, 흑인 여성에 비해서는 31%, 라틴계와 비교하면 무려 52%나 높다.
볼지마이어는 젊은 여성이 자신의 난자를 기증하는 것은 대부분 돈이 급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아시아계 여성은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내 집 장만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나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이런 종류의 금전적 보상에 매달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니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크레이그리스트에서 난자 기증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본 니나 셔만(25)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세 차례 난자를 제공하고 2만1,000달러를 손에 쥐었다.
LA 밸리 칼리지 재학생인 셔만은 “내가 100% 필리핀인이라는 사실에 광고주는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시안 기증자는 셔만과 달리 난자 판매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숨기려 든다. 패사디나에서 성장한 레이나 아라이(27)는 대학 재학시절 네 차례 난자를 기증했지만 부모에게는 이를 비밀에 부쳤다. 올해 메릴랜드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예정인 아라이는 일본계 미국인 부모님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면 한소리 단단히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계 여성의 난자에 대한 수요도 상당히 높다. 유대인 여성은 학업이나 커리어 관리를 위해 출산을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
‘유대인 공동체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유대계 미국인 여성의 절반이 학사학위 소유자이고 21%가 석사학위를 갖고 있다. 고학력 유대계 여성은 커리어 쌓기에 우선순위를 두는 탓에 결혼이 늦어지고, 자연히 임신능력도 떨어진다. 하지만 난자를 팔겠다는 여성은 드물다. 그러다보니 유대계 여성의 난자 가격도 껑충껑충 뛰기 시작했다. 이젠 난자도 시장의 원칙에 따라 거래되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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