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장병들의 군복과 함께 45년 외길 인생을 걸어 온 한인 로즈 리(79)여사가 9월말로 은퇴했다.
‘로즈 리 옷수선’ 집을 운영하며 셰프터 부대 인근에서 참호를 지키는 사병에서부터 장군에 이르기까지 아들과 같은 하와이 주둔 장병들의 제복을 항상 깔끔하게 손 봐주던 그녀의 은퇴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29일 칼리히 2412 로즈 스트릿의 작은 수선가게는 아쉬움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려 찾아온 전-현직 군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날 로즈 리 여사는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서 수 많은 장병들과 함께 맺어온 좋은 인연과 추억들을 뒤로하고 은퇴하게 돼 감회가 깊다”며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지금까지 가게를 다녀간 장병들의 사진을 가리켰다.
로즈 리 여사가 수선해 준 옷을 입은 유명인사로는 다니엘 이노우에 연방상원의원(그녀는 수년간 단골인 이노우에 의원의 옷 사이즈를 줄여주거나 셔츠를 직접 만들어 주기도 했다)과 동양인으로는 미국 내 처음으로 4성 장군에 오르며 합참의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던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이 여사는 신세키 장관이 대위였던 당시 월남전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트리플러 병원을 드나들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미 육군 태평양 사령관으로 부임한 프랜시스 워진스키 중장은 물론 한인으로 주 항공방위군 준장에 오른 조셉 김도 그녀의 오랜 단골으로 그녀 옷 수선집의 벽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리 여사의 은퇴 소식을 전해들은 이노우에 의원은 “로즈 여사가 우리 장병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이바지한 것들은 표창을 받아야 마땅할 정도이다. 앞으로도 그녀의 미래에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워진스키 중장도 “지금까지 미 태평양 사령부를 거쳐간 장병들이라면 누구나 이 여사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30년간 단골로 찾아준 하와이 주 방위군의 게리 하라 준장과 켄 하라 중령, 데니스 하라 주임원사, 래리 하라 선임하사 등 4형제가 모두 이 여사가 만들어준 군복을 입었다는 사연도 알려졌다.
하라 소장은 “내가 처음 칼리히에 위치한 이 여사의 가게에 들렀을 때만 해도 벽에 걸린 수많은 장군들의 사진에 압도될 수 밖에 없었던 신참 중위였다” 며 “그러나 이 여사는 항상 나를 가족과 같이 대해줬고 나 또한 그녀를 내 가족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1996년 하와이 주 방위군 제29보병여단장으로, 그리고 4년 후에는 소장으로 진급해 미 태평양 사령부의 부사령관에 임명된 데니스 카미무라도 “집사람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몰랐던 군복을 이 여사가 꼼꼼히 손을 봐주었다”며 감사를 잊지 않았다. 워진스키 태평양 사령관도 “내가 항상 최고의 모습으로 장병들 앞에 설 수 있도록 제복을 잘 손질 해 준 이 여사의 노고에 감사하고 있다. 그녀는 그 제복을 입어보진 않았지만 그것을 몸에 걸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충분히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군 내 모든 장병들을 대신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왔다.
로즈 리 여사는 자신의 가게를 다녀간 장병들이 고등학교 시절 학군단으로 활동하다 하와이대학의 ROTC 프로그램을 거쳐 장군이 되어서도 아직도 잊지 않고 찾아주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 여사가 본보와 인터뷰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전 9.11 테러 발생으로 증권투자가로 일하던 사위 마이클 콜린스가 목숨을 잃은 슬픔을 함께 나누게 된 이후 10년만으로 “아직도 한국말을 제대로 못해 미안하다”는 인사말을 건네며 부군 헨리씨와 본보 기자를 맞아 주었다.
로즈 리 여사는 라나이 섬에서 오아후의 와히아와 지역으로 이주해 와 1950년 레일레후아 고교를 졸업했다. 고교 졸업후 한국에서부터 이미 20년간 재단사로 가게를 운영해 온 모친으로부터 1966년 포트 셰프터 부대내에 위치해 있던 가게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부대 내 매점의 입점권을 잃은 이후에는 칼리히 쇼핑센터에서 비즈니스를 키워갔다.
5년 전 샤핑센터가 문을 닫은 이후 현재의 로즈 스트릿으로 가게를 이전한 후에도 주6일 매일 오전 8시30분에 문을 열어 5시30분까지 수선가게를 지키며 자신들의 고객들과의 신용을 지켜왔다.
리 여사는 원래 군복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다 최근에는 웨딩드레스와 프롬 드레스를 고쳐주기도 하는 등 사세를 넓혀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가게를 매입하겠다는 바이어가 나타나 이를 핑계로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한다. 80살의 나이를 잊게 하는 그녀의 당당한 포즈는 자신의 일을 즐기며 58년간 해로하고 있는 남편 헨리와 함께하는 사랑이 충만한 마음 때문임을 증명하는 듯 하다.
자신의 생을 바쳐 일궈온 가게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는 이 여사는 현재 근무 중인 2명의 한국인 직원은 새 주인과 함께 앞으로도 이 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며 은퇴 이후 남편과 함께 하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김민정기자>
<사진설명: 로즈 리 여사와 부군 헨리씨가 지난 9월29일 자신의 가게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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