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비자까지 위조 학기내내 대리수업
SMC 한인 유학생 비자유지 위한 최저학점 채우려
또 다른 한인유학생에 돈 지불하고 대리수업.시험
ICE, ‘여권 위.변조 및 불법사용’등 혐의로 체포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학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과 그 학생으로부터 돈을 받고 ‘대리 수업’을 받아온 또 다른 한국인 유학생이 연방 수사당국 요원들에 의해 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이는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들 사이에 ‘공개된 비밀’(open secret)로 알려진 유료 ‘대리 시험’과 ‘대리 수업’의 실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사건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건은 특히 한 학생이 또 다른 학생을 대신해 일시적으로 시험을 치러주는 차원이 아니라 한층 더 나가 아예 다른 학생으로 신원을 위장해 학기 내내 수업을 대신 받아 학점을 따주는 행위와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여권, 미국 비자, 캘리포니아주 신분증 등을 위·변조 하는 범행까지 저지르며 학교를 속이려 했던 혐의가 적용돼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케 한다. 또 ‘대리 수업’이 문제의 유학생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어 이뤄진 것이 아니라 권투와 탁구, 수학 등 단순히 유학생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학기당 최저 학점을 채우려고 의뢰, 대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유사 사건 대책에 대한 이민 당국과 학교들의 추가 조치 여부가 주목된다.
사건 경위
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특별수사관이 지난 4일 연방 캘리포니아주중부지방법원에 제출한 체포영장청구 진술서에 따르면 ICE는 2일 ‘산타 모니카 칼리지’(SMC) 경찰국으로부터 이 학교 학생을 대신해 수강하던 용의자를 억류한 사실을 신고 받았다.이어 수사에 착수한 ICE 요원들은 SMC 학생지도학장이 5월10일 이 학교의 전 학생 이정우(34)씨가 2010년 봄학기 수학반에서 현 학생 권영욱(26)씨 행세를 하고 있다는 익명의 이메일 제보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ICE 요원들은 제보를 받은 학생지도학장이 문제의 수학반 교수와 권씨가 함께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올 것과 특히 권씨가 사진이 부착된 2개의 신분증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으며 실제로 2일 오전 학생지도학장실에서 면담이 이뤄진 것도 확인했다.이 면담에서 학생지도학장이 누군가가 돈을 받고 권씨 행세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밝히자 자신이 권씨임을 주장한 학생은 낭설이라며 권씨의 이름에 자신의 사진이 부착된 한국 여권과 SMC 학생증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학생지도학장이 SMC 경찰국이 사전에 제공한 권씨의 학생신분증과 권씨임을 주장한 학생이 제출한 신분증에 부착된 사진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자 권씨임을 주장한 학생은 처음에는 자신이 훨씬 어리고 말랐을 때인 18년전에 촬영된 사진이라며 변명을 했으나 결국 자신이 이씨라는 사실과 돈을 받고 권씨를 대신해 수업을 받고 있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체포영장청구 진술서는 밝히고 있다.
ICE의 이씨 취조
ICE 특별수사관들은 2일 오후 4시30분께 SMC 경찰국에 수감된 권씨를 취조한 결과 권씨는 2009년 가을 SMC 한국 학생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한국 인터넷 웹사이트 카페를 통해 처음 이씨를 만났다.권씨는 이씨가 이 사이트에서 과외 지도 서비스를 홍보했으며 결국 자신의 경제학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400 달러에 이씨를 채용했다고 진술했다. 권씨는 2009년 12월 몸이 아파 겨울 학기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이씨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이씨가 3,000 달러에 자신이 수학 강연을 대신 들어 줄 것을 제안해 이에 동의, 돈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또 그러나 이씨가 대리 수업한 2009년 겨울학기 수학반을 거의 낙제하듯 해 수업을 중도 포기한 뒤 2010년 봄학기에 수학반을 다시 대리 수강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이씨가 2,000 달러에 권투와 탁구반도 대리 수업해 주고 있다고 시인했다.권씨는 2010년 봄학기에 자신이 듣는 3개반의 11학점은 이씨가 ‘대리 수업’ 해주는 3개반의 5학점이 없이는 유학생들이 비자를 위해 유지해야 하는 최저 12학점 규정을 준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또 이씨가 소지한 자신의 여권과 관련, 5월28일 이씨가 여권을 달라고 해 여권과 비자
를 전해 주었으며 그가 여권과 비자를 어디에 사용할지를 몰랐고 이를 위·변조 할 것은 예상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ICE의 이씨 취조
ICE 특별수사관들은 2일 오후 7시께 역시 SMC 경찰국에 수감된 이씨를 취조한 결과 이씨는 ‘퍼시픽 인터내셔널 칼리지 영어학교’(PICE)에 등록된 유학생이며 부모가 자신과 가족생활을 위해 월 2,500달러를 송금해 주고 있어 2009년 9,10월부터 과외 지도를 시작했고 현재 3명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이씨는 권씨를 행세해 SMC에서 수학과 권투, 탁구반을 대리 수업해 왔으며 5월17일 수학반 선생으로부터 2개의 신분증과 6월2일로 잡힌 학생지도학장과의 면담 사실을 통보 받자 5월26일 ‘맥아더 파크’에서 신원불명의 히스패닉계 남성에게 2,600달러를 지불하고 권씨의 여권과 비자, 캘리포니아주 신분증 등을 위·변조한 사실을 자백했다.
ICE 특별수사관들은 또 이씨의 로스엔젤리스 아파트와 승용차를 수색한 결과 이씨가 권씨 신분을 대행한 사실을 입증하는 각종 물증 이외에도 권씨가 이씨에게 지불한 4,000 달러 수표 입금 영수증 사본을 발견했으며 이에 대해 이씨는 권씨가 자신의 여권 위·변조를 위해 준 돈이라고 밝혔다.
ICE의 권씨 재취조
ICE 특별수사관들은 3일 새벽 1시께 ICE ‘감금추방구치소‘(DRO)에 수감돼 있는 권씨를 재취조한 결과 권씨는 이전 진술을 번복, 이씨가 자신의 여권과 비자, 켈리포니아주 신분증 등의 위·변조 계획을 밝혔으며 이를 위해 자신이 권씨에게 총 1만1,500 달러를 지불했다고 시인했다. 이씨는 이와 관련 권씨가 만일 ‘대리 수업’ 사실을 학교측이 알게 되면 퇴학 조치될 것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해 계속 학교에 남아 공부하고 가능하면 UCLA로 전학을 희망하기 때문에 제안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ICE는 추가 수사를 한 결과 권씨가 2009년 2월부터 SMC에서 사업경영행정학을 공부하는 현 유학생이고 이씨가 SMC와 UCLA를 거쳐 올해 5월부터 PICE에서 공부하는 현 유학생이라는 사실과 국무부, 국토안보부, 캘리포니아주 정부 기록 등이 용의자들의 진술과 범행을 뒷받침 한다고 판단, 권씨와 이씨를 ‘여권 위·변조 및 불법사용’과 ‘범죄종용’ 혐의로 체포했으며 연방검찰은 이들을 형사범으로 기소 청구할 의사를 법원에 통보했다.권씨와 이씨는 지난 8일 각각 보석 조건으로 가석방돼 내달 6일 첫 인정심문이 예정돼 있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 SMC는 일단 권씨를 정학조치 했다.
한편 이씨와 권씨 ‘대리 수업’ 행위를 학교측에 신고한 제보자가 한국 이메일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또 다른 한국인 학생으로 추정된다. <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캘리포니아주 산타 모니카 칼리지 도서실 전경. <사진 출처=SM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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