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당국이 1975년 동티모르 독립과정을 취재하던 6명의 외국기자들을 인도네시아 군이 처형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호주영화의 상영을 금지, 논란을 빚고 있다. 인도네시아 검열당국은 지난 주 발리보 5인(Balibo Five)으로 불리는 호주기자들의 살해 진상을 담은 정치 스릴러 “발리보(Balibo)”의 상영을 전면금지한다고 발표했다. 2명의 호주인, 2명의 영국인, 1명의 뉴질랜드인 인 5명의 기자들은 1975년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공 당시 호주 텔레비전방송의 특파원으로 발리보 마을에서 취재 중 실종되었는데 당시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들이 교전 중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후에 증인들은 인도네시아 군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전했다.
75년 동티모르 침공 취재하던 호주기자 5명 살해사건 소재
‘교전 중 사망’ 당국주장 불구 ‘체포-처형-시신 소각’증언
호주의 로버트 코놀리가 감독하고 에미상 수상자인 앤소니 라파글리아가 출연한 이 영화는 호주의 베테란 기자 로저 이스트의 눈을 통해 이 사건을 추적해 나가고 있다. 5인의 기자가 사라진 후 진상 파악을 위해 현장으로 온 이스트는 취재 중 현재 동티모르의 대통령이 된 독립운동가 주제 라무즈 오르타를 만나 도움을 얻기도 한다. ‘발리보’는 정치적인 스릴러이지만 아직 논쟁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다큐멘타리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5인의 사망 진상을 취재하던 이스트 역시 두 달 후 인도네시아 군에 의해 처형당했다.
상영금지 조처는 지난 주 자카르타 해외특파원클럽에 의해 마련된 특별시사회 불과 몇시간전에 내려졌다. 이 클럽은 상영을 취소했으나 금지조처에 반발한 다른 언론인 단체가 강행한 시사회에선 10여명의 관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러나 ‘발리보’는 자카르타 영화축제에서도 상영을 금지당해 예정되었던 시사회가 취소되었다.
인도네시아 군당국은 정부의 조처를 환영하며 이 영화는 많은 인도네시아인 들에게 상처를 주는 동시에 “인도네시아와 호주, 그리고 동티모르 관계에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공식보고서는 동티모르 전면 침공 두달전인 1975년 10월16일 자국 군과 동티모르 간의 교전 중 기자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30년 동안 인도네시아의 공식보고를 받아들였던 호주정부는 지난 9월 ‘전쟁 범죄’인 이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두 20대의 젊은 저널리스트였던 ‘발리보 5인’- 호주인 기자 그렉 섀클턴(27)과 사운드 담당 토니 스튜어트(21), 뉴질랜드인 카메라맨 개리 커닝햄(27), 그리고 영국인 카메라맨 브라이언 피터스(29)와 기자 맬컴 레니(28) 등은 당시 인도네시아군의 마을 공격 소문을 듣고 있었으나 외국 특파원인 자신들이 공격대상이 될 것으로는 생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인들은 이들이 인도네시아 군인들에게 체포, 처형당했다고 증언했다.
2007년 호주의 한 검시관도 당시 인도네시아의 정보장관으로 특수부대 사령관이었던 유누스 요스피아가 상부의 지시로 발포를 명했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으나 요스피아는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5인의 사망 직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동티모르로 간 기자가 호주 AAP-로이터의 베테란 언론인 로저 이스트(50)였다. 그러나 이스트 역시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공 당일인 75년 12월7일 딜리에서 체포된 후 다음날 아침 총살형에 처해졌으며 그의 시체는 바다에 버려졌다. 그는 ‘발리보 5인’에 이어 잊혀진 6번째 멤버로 불린다.
10년전 동티모르가 독립을 얻기 전까지 인도네시아의 점령 중 사망자는 1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이번 정부의 영화 ‘발리보’ 상영금지 조처에 대해 인도네시아 독립저널리스트연맹의 에츠키 수얀토는 “이 영화가 옛 상처를 들출 것이라는 정부의 생각은 너무 편협한 망상이다…사람들은 이 문제에 관해 자유롭게 토의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나라의 검열법에 의하면 금지조처를 어기는 불법상영의 경우 개인은 5년의 징역형과 5,300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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