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엄친딸’이라는 유행어가 어울리는 2명의 군인 출신 한인 인재들이 있다.
웨스트포인트 미 육사를 졸업한 대니얼 최 중위는 뉴욕주 방위군으로 복무하며 하버드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아랍어를 전공한 최 중위는 이라크 전에서 주요 작전을 수행한 엘리트 장교이다. 해병대 장교 출신의 줄리앤 손씨는 UCLA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 언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라크 전에 참전하고 퇴역한 뒤에는 LAPD 경찰 아카데미를 수석 졸업하고 경관으로 근무하며 언론학 석사출신답게 공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인 부모들이 부러워할 만한 학력과 경력을 갖고있는 두 사람은 또 다른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을 위해 전쟁터에서 몸 바쳐 싸웠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군복을 벗은 것. 두 사람은 미군의 동성애자 커밍아웃 금지 법규, 즉 성적 성향에 대해서 묻지도 말고 대답하지도 말라는 ‘Don’t Ask, Don’t Tell’로 인해 군을 떠난 후 해당 법규의 폐지와 동성애자 권익옹호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손 경관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퇴역한 뒤 동성애자 권익운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본보를 통해 보도된 날 손 경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사 내용에 대해 아버지가 걱정하는 것 같다는 우려섞인 전화였다. 손 경관의 아버지는 딸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군을 떠나야 했지만 미국을 위해 복무하고 명예퇴역 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지면에서 밝혀주길 원했다.
딸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짧은 추가 기사를 내보냈다. 손 경관은 자신을 포함한 동성애자 군인들에 대해 한인언론이 외면하지 않고 보도해 고맙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대니얼 최 중위는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금지하는 법안을 폐지해 달라는 공개서한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목사의 아들로 자란 최 중위는 “부모님은 나에게 항상 당당한 삶을 살라고 가르치셨다”며 “자녀들이 용기를 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옷장’(closet) 밖으로 나오면 부모들이 옷장 안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한인사회내에도 ‘Don’t Ask, Don’t Tell’은 존재하는 것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의견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만나고 나서 지울수 없는 생각은 이민자의 자녀로 태어나 미국을 위해 젊음을 바친 그들의 존재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거부하거나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인사회는 기독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아직까지는 다양성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동성애를 부정적이고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나와 외모 또는 생각이 다르다고 소외시키고 거부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동성애에 대한 진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성숙한 자세로 열린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생각된다. 동성애에 대해 ‘Do Ask, Do Tell’ 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질 때 한인사회는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김연신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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