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교길에 끌려간 11세 제이시 두가드, 두 딸의 엄마로 귀가
11살 때 납치되었다 감금생활 중 납치범의 두 아이를 낳은 후 지난 주 18년만에 풀려난 제이시 두가드 납치사건에 대한 관심과 의문점들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성범죄 전과가 그토록 무거운 납치범 필립 가리도는 어떻게 가석방될 수 있었는가. 아내 낸시 가리도는 세뇌당한 또 하나의 피해자인가, 아니면 공범자인가. 두가드는 왜 탈출을 안했을까. 의문점들과 함께 두가드와 두 딸의 근황을 살펴본다.
재회한 가족과 “즐거운 시간”
두딸은 똑똑하고 호기심 많아
지난 3일 LA에서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와 인터뷰를 가진 티나 두가드는 이제 29세인 조카 제이시가 가족들과 쉽지는 않으나 긍정적인 적응을 해가고 있다면서 “지금은 우리가족의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가족들과 지내고 있는 제이시를 5일간 만나고 돌아온 이모는 제이시가 자신을 처음 본 순간 “앤티 티나!”라고 소리치며 곧바로 알아보았다고 전했다.
18년간이나 못 본 조카가 아름다운 29살의 훌륭한 여성이 되어있었다고 말한 티나 두가드는 제이시의 두 딸들도 일부 보도와는 달리 푸른 눈에 금발머리를 한 ‘예쁘고 호기심 많고 똑똑한’ 소녀들이었다고 전했다. 각각 ‘별빛(Starlite)’과 ‘천사(Angel)’라는 이름을 가진 두 소녀는 비디오 게임을 즐겼으며 식물과 별자리에 관해서도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제이시의 엄마 테리 프로빈인듯, 예전처럼 딸의 머리를 빗겨주며 키스를 퍼붓기도 하고 자주 행복한 눈물을 쏟고 있다고 전한 티나 두가드는 그러나 제이시는 납치나 18년간의 감금생활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자신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단절되었던 가족의 관계를 다시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 가리도의 빠른 가석방 논란
현재 성폭행과 감금, 아동학대 등 29건의 혐의로 기소된 필립 가리도(58)와 낸시 가리도(54) 부부는 유죄가 인정되면 종신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두가드 사건에 앞서 그동안 필립 가리도의 성범죄 관련행적이 계속 드러나면서 이런 범죄자가 어떻게 그처럼 빨리 가석방되어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그는 1976년 레이크타호 지역에서 캐서린 캘러웨이(25)를 납치, 감금, 성폭행한 혐의로 연방법정에서 50년 형을 받았으나 11년만인 1988년 가석방 되었다. 가리도는 적어도 형량의 3분의2인 33년을 복역한 후 가석방 되어야 했다면서 당시의 검사 마이클 멀로이는 분개한다. 그랬다면 1991년의 제이시 두가드 납치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방가석방위원회 대변인은 가리도의 가석방 이유를 묻는 LA타임스 기자의 전화 문의에 리턴 콜을 보내지 않았다.
1976년 11월 가리도는 마켓 주차장에서 장을 보고 나오던 캘러웨이의 차를 얻어 탄 뒤 그를 납치해 네바다주 리노에 자신이 얻어 섹스 숍처럼 꾸며 둔 창고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체포되어 50년형을 받았다. 가리도는 캘러웨이를 납치하기 몇시간 전 다른 여성을 강제로 차에 태운 후 수갑을 채우려다 그 여성이 도망치는 바람에 납치에 실패한 적도 있고 그보다 앞서 1972년엔 도서관 앞에서 14살짜리 소녀를 유인, 모텔로 데려가 마약을 복용케 한 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피해자가 법정 증언을 거부하는 바람에 풀려난 적도 있다.
‘친절하고, 집안일도 잘 돕고, 밴드에서 전자기타를 치던 괜찮은 아들’ 가리도가 빗나가기 시작한 것은 마약에 빠진 사춘기 때였다고 말한 아버지 마누엘(88)은 캘러웨이 사건이후 부자관계가 소원해졌으며 그후 아들은 사이비 종교에도 심취했다고 전했다.
아내 낸시는 공범인가,
세뇌당한 피해자인가
마약중독에 성도착증세를 가진 가리도를 낸시 보카네그라가 처음 만난 것은 1981년 한 친척을 면회갔던 캔사스의 교도소에서였다. 언제나 뚱하고 말이 없지만 책임감 강한 낸시가 당시 납치 강간범으로 복역중이던 가리도의 어디에 끌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편지교환 끝에 그들은 결혼했고 낸시는 가리도의 두 번째 아내가 되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의 하나는 낸시다. 경찰은 낸시가 가리도 못지않은 공범이라고 단언한다. 18년전 납치 당시 직접 두가드를 낚아채 차에 태운 장본인이며 1993년 가리도가 집행유예 위반으로 1개월 이상 감옥에 있었을 때 13살이던 두가드를 혼자 감금하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그녀의 주변사람들은 소심한 그녀가 독재적인 남편을 두려워하며 세뇌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체포된 후에도 계속 울고 두려워하고 있으며 뒷마당 움막과 텐트에 살아 온 두가드와 두 딸들을 가족으로 사랑했었다고 말한다. 간호보조사인 낸시는 두가드가 두 딸을 낳을 때 직접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 앤티오크에 위치한 현재 집에 가리도 보다 먼저 들어온 것은 낸시였다. 가리도가 아직 복역 중일 당시 앤티오크 집에는 가리도의 병든 노모가 살았는데 낸시가 들어와 정성껏 돌보았다는 것이 이웃들의 전언이다.
# 왜 두가드는 탈출하지 않았나
두가드 세 모녀가 얼마나 엄중한 감금생활을 해 왔는지는 앞으로 재판을 통해 차차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주변을 통해 단편적으로 밝혀진 상황은 ‘왜 탈출하지 못했을까’란 의문을 갖게 한다. 지난 10여년동안 가리도는 인근에서 인쇄업을 해왔는데 고객들에게 두가드는 ‘알리싸’란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큰 딸’로 소개되기도 했다. 에인절과 스탈라이트, 두 딸도 종종 고객을 만나는 아버지를 따라다녔으며 고객들이 만난 두 소녀는 공손하고 전혀 ‘비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 한번은 한 고객의 딸 생일파티에도 초대되었는데 밝은 빛깔 선드레스차림의 이들은 잘 웃는 보통 소녀들이었다고 이 고객은 전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인질이 납치범을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의 예가 아닐까하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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