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 둘러싸고 양 대통령간 격론
1954년 7월 아이젠하워 초청으로 이승만 대통령 방미
1953년 7월 한국전 휴전이 성립되기 한달전 이승만은 느닷없이 반공포로 2만7천여명을 석방시켰다. 미국과 사전에 한마디 상의없이 내린 일방적인 행동이었다. 이에놀란 미국은 그로 하여금 더이상 강경노선을 걷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이전하워 대통령이 방미 초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이승만의 미국방문에 관한 뒷얘기는 당시 주미대사관 한표육 공사의 회고록과 이를 보도했던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즈등의 기사를 통해 상세히 알수 있다.
1954년 7월26일 오후 워싱턴DC 내셔널공항에 내린 이승만 대통령의 한국측 수행원은 다음과 같았다. 최순주 민의원 부의장, 손원일 국방장관, 양유찬 주미대사, 임병직 주유엔대사, 갈홍기 공보처장, 백두진 한미합동경제위원회 한국측 대표, 김졍열 국방장관 보좌관, 김일환 육본관리부장, 한표욱 주미공사, 최덕신 육본작전기획부장, 김현철 기획처차장, 황규면 대통령 비서관, 유창준 대통령 비서관, 이한빈 기획처예산국제2과장, 정건식 국방부 제5국장, 서정학 경무관, 김국진 경무대경찰서장, 유훈 경감, 윌리엄 글렌 공보연락관. 공항에선 닉슨부통령, 덜레스 국무장관등이 영접했고 백악관 현관에서 기다리던 아이젠하워는 구면인 이승만을 따뜻한 악수로 환영했다.
이날밤 이대통령 부부는 백악관에 유숙했고 수행원들은 길건너 블레어하우스와 헤이 애덤즈 호텔에 분산 투숙했다. 당일 저녁 이대통령 부부를 위한 공식만찬(스테이트 디너)이 아이젠하워 대통령 주최로 베풀어졌다.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등 전 각료, 상하양원의장, 군수뇌부등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리셉션은 성황을 이루었다.
방미 첫날을 백악관에서 보낸 이대통령은 다음날 블레어하우스로 숙소를 옮긴후 1차 한미정상회담에 임했다.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1차 정상회담은 양국간 입장을 천명하는 의례적인 것이었다. 7월28일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이대통령은 모두 33번의 박수를 받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다음날인 29일 백악관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에서 뜻하지 않은 불화가 양국 대통령 간에 표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회담은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고 회담 한시간 전 미국무성 퍼시 부의전장이 공동성명의 미국측 초안을 들고 왔는데 그 내용중에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호적이고 …라는 표현이 있었던 것. 평소 일본에 대해 강한 앨러지 반응을 보였던 이승만의 얼굴에 언잖은 표정이 나타난 것을 물론이었다. 이승만은 최순주, 백두진, 손원일, 양유찬, 김정열, 한표욱등을 따로 불러 이친구들이 나를 불러놓고 올가미를 씌우려는 작전을 드디
어 펴는 모양인데 이런 형편이라면 다시 아이젠하워를 만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몹시 불쾌해 했다는 것이다.
그가 워낙 노해 있었기 때문에 수행원들은 아무도 말을 못했고 이대통령은 백악관으로 출발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회담시간인 10시가 지났는데도 일행이 안보이자 백악관측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문의전화가 여러번 왔었다고 한다. 수행원중 백두진, 손원일 두사람이 각하, 가셔야 합니다. 가셔서 싫다고 말씀하셔야지 안가시면 걷잡을수 없는 형국이 벌어질 것입니다.고 설득하자 그제서야 못이기는체 일어났다고 한다. 백악관에 도착하니 아이젠하워는 또 그나름대로 화가 나 있었다. 그러나 이승만은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오히려 딱딱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기분이 상한 아이젠하워가 어제 귀국의 헌병사령관 원용덕장군이 휴전협정에 따라 파견돼 있는 중립국 감시위원단 공산측 대표들을 내쫓았다. 왜 그랬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승만은 주저없이 도대체 그들은 스파이다. 우리 군사기밀을 정탐하는데에만 활동을 집중시키고 있다. 더구나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이 제공한 헬리콥터를 타고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휘젖고 다니고 있다.고 대꾸했다. 놀란 아이젠하워가 배석한 그의 사령관에게 사실확인을 하고는 말문이 막혔다는 동석자의 전언이다.
이렇게 시작된 2차 정상회담은 한일 국교를 둘러싼 양대통령간의 논쟁을 유발시켜 분위기가 아주 험악했다고 한다. 이대통령은 구보다 일본 대표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통치가 유익했다는 망언을 했는데 그런 일본과 어떻게 국교를 정상화 할수 있겠느냐고 비관론을 펴자 아이젠하워는 옆에 앉은 덜레스 장관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한후 그게 사실임을 알고도 과거 일이야 어찌됐든 한일국교 정상화 필수론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승만이 내가 있는한 일본과는 상종도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하자 아이젠하워는 화를 내며 일어나 옆방으로 갈만큼 회담 분위기가 살벌했다고 한다. 회담장을 나가는 아이젠하워의 뒷모습에 대고 이승만은 저런 고얀놈이 있나, 저런 하면서 분노를 참지 못했던 상황을 당시 수행원들은 후일담으로 전했다. 잠시후 아이젠하워가 진정하고 돌아와 의견차이가 너무나 큰 한일국교 정상화의 토의를 일단 보류하고 다른 문제로 넘어가려 하자 이번에는 이승만이 일어섰다고 한다.
다음날로 일정이 잡힌 외신기자클럽 연설 준비 때문에 일찍 일어서야 하겠다며 퇴장해 버렸다. 일국의 정상들 답지 못한 회담분위기 였으나 그시절에 그런 해프닝이 일어났었다는 옛얘기다. 요즘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결
과가 나올까? 당황했던 것은 양국 수행원들이었고 나머지 실무대표들만 상대끼리 만나 회담을 진행시킬수 밖게 없었다고 한다. 다음날인 7월30일 이승만은 모교인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정오에는 외신기자 클럽에서 연설했다. 그렇게 워싱턴 일정을 마친 이승만은 당일 오후 뉴욕에 도착했다.
이승만과 아이젠하워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이승만 대통령
■ 뉴욕시 티커테이프 퍼레이드란?
맥아더.드골 등 인류공헌 영웅들의 행진
이승만 이어 1965년 박정희 대통령도 참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숙소로 정한 이승만은 동포들을 위한 비공식 레셉션을 가진뒤 마침 펜트하우스에 거처하고 있던 다글라스 맥아더 원수와 만나 1시간 동안 단독 요담을 했다. 이어 8월2일에는 뉴욕시가 주최한 티커테이프 퍼레이드가 다운타운 브로드웨이 일대에서 벌어졌다.
일명 영웅행진이라고 부르는 이 퍼레이드는 역사적으로 인류를 위해 큰 공헌을 한 인물들을 위해 베풀어지는 영광의 카퍼레이드였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맥아더 원수, 드골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달착륙 우주인들이 이 퍼레이드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승만은 한인 최초의 뉴욕시 영웅행진의 영광을 누린 인물이었다. 한국인으로서 두번째 영웅행진에 올랐던 인물은 1965년 5월19일의 박정희 대통령 이었고 제3의 한국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1954년 8월3일자 뉴욕타임즈는 3단기사로 다음과 같이 이날 행사를 보도했다. 뉴욕시는 어제 이승만 한국 대통령에게 영예와 찬사를 보냈다. 오찬과 명예박사학위를 기념하는 티커테이프 행진 축제 분위기가 79세의 한국 지도자이며,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국가간의 필연적인 충돌을 경고하는 그에게 베풀어진 것이다. 약 15만명의 뉴욕시민들은 이날 한국의 지도자에게 마천루로 부터 종이가루와 테이프를 뿌렸다. 다운타운 화이트홀 스트릿과 보울링 그린에서 시작된 퍼레이드는 시청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잿빛 하늘에 가는 비가 내린 이날 이승만 대통령은 오픈카의 뒷좌석에 앉아 그에게 환호하는 군중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들고 흔들며 답레했다. 이날 오후 이승만은 컬럼비아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다음날에는 유엔본부로 다그 하마슐드 사무총장을 방문하고 기자회견도 가졌다.
뉴욕시 티커테이프 퍼레이드에서 군중들에 답례하는 이승만 대통령
조중무<언론인,한국 국사편찬위원회 해외사료 조사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