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관찰 연구는 혼재 요인으로 뒤엉켜 ‘해롭다’ ‘무해하다’ 양쪽다 근거 부족
▶ LDL 상승 등 일부 근거 있지만 제한적 “적당한 섭취와 식단 다양성이 최선”
우리는 끊임없이 묻는다. 어떤 특정 식품이 건강에 좋은가, 나쁜가? 그리고 매번, ‘그렇다’ 혹은 ‘아니다’라는 믿음은 그 근거의 힘에 비해 지나치게 확신에 차 있다. 오늘의 사례는 바로 ‘붉은 고기(red meat)’다. 이는 식품 분야에서 가장 논쟁적인 문제 중 하나가 됐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오직 고기만 먹는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어느 쪽에서는 붉은 고기가 ‘독’으로, 다른 쪽에서는 ‘진정한 연료’로 규정된다.
최근 ‘고기 전쟁(Meat Wars)’의 새로운 불씨는 사람과 지구 모두에게 최적의 식단을 제시한다는 새로운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이른바 ‘EAT-랜싯(EAT-Lancet) 보고서’는 붉은 고기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한다. 보고서는 붉은 고기의 하루 적정 섭취량을 단 14그램(약 0.5온스)으로 제시했다.
더 읽어보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보고서는 이렇게 밝힌다. “붉은 고기의 섭취는 필수적이지 않으며, 오랜 기간 이를 소비한 인구에서 높은 전체 사망률과 기타 건강 위험과 선형적으로 관련되어 보이기 때문에, 최적의 섭취량은 ‘0’일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관련(related)’이다. 바로 이 점이 보고서와 그 권고 사항의 문제의 핵심이다.
EAT-랜싯 보고서는 17개국 연구자들이 작성했는데, 그 권고는 관찰 연구(observational data)에만 근거한다. 그런 방식으로 연구하면, 붉은 고기는 항상 부정적으로 보인다. 여러 연구에서,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적게 먹는 사람들보다 건강 상태가 더 나쁘다. 고기 섭취는 심장병, 일부 암, 전체 사망률 증가와 연관된다.
그러나 식이와 건강의 연관성을 관찰 연구로 밝히려 할 때 늘 등장하는 핵심 질문이 있다. 정말 고기 자체가 문제인가? 아니면 고기를 많이 먹는 생활양식에 따른 다른 요인이 문제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들과 적게 먹는 사람들 사이에는 여러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단서들은 있다.
예를 들어, EAT-랜싯 보고서가 인용한 ‘JAMA 인터널 메디신’ 게재 연구를 보자. 이 연구에는 편리한 인구통계 요약이 포함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고기 섭취량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은 하위 20%와 다음과 같은 중요한 면에서 다르다.
즉 ▲체중이 더 많이 나가고 ▲흡연 비율이 더 높고 ▲교육 수준이 낮고 ▲운동량이 적고 ▲과일·채소·식이섬유 섭취가 적다. 반면, 알코올 섭취는 적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이들은 전반적으로 ‘건강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생활방식’의 지표들을 보인다.
따라서 질병 위험 증가가 고기 때문인지 알아내려면 이런 모든 차이를 통계적으로 보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보들 역시 대부분 관찰 연구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혼재 요인은 다시 혼재된다.
또한 보정할 수 없는 요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수면의 질 ▲우울증 ▲스크린 시간 등은 모두 고기 섭취와 연관된다고 여겨지는 질병들과 관련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이런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다.
이 모든 혼재 요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관찰 연구 결과 중 하나를 설명해준다. 이는 앞서 언급된 동일한 연구(2015년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예상대로, 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 사람들은 암과 심장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사고사’로 사망할 가능성도 더 높았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기타(all others)’ 범주였는데, 이 범주는 고기와 아무 관련도 없는 사망 원인들이 포함된 잡다한 범주다.
즉, 관찰 연구에 의존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매우 단순하다.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적게 먹는 사람들과 매우 다르다.
사고사까지 증가한다면, 그것이 고기 때문일 리는 없다(뒷마당 바비큐 사고 같은 극단적 상황을 제외한다면), 따라서 고기 섭취량의 차이는 단순히 더 넓은 생활방식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통제된 실험(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우리는 사람들을 평생 수용 시설에 두고 절반에게는 고기를 먹이고 절반에게는 금지한 다음, 어떻게 되는지 관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건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엔 최선이다.
현실에서는 비용과 실용성 때문에 장기간 실험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구는 단기간 실험에 의존하고, 실제 질병 발생이 아니라 질병 지표(marker)를 사용한다.
이 지표가 유용하려면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 많은 질병, 특히 암에서는 그런 지표가 드물다.
그러나 심장병의 경우 LDL 콜레스테롤이라는 훌륭한 지표가 있다. 그래서 고기 섭취에 대한 통제 연구의 대부분은 심장병을 중심으로 한다.
이 연구들을 살펴보면(필자가 대신 살펴봤다), 대부분 LDL이 어느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그 증가폭은 대체로 작다.
2025년 이루어진 44개의 통제시험 분석에 따르면, 심혈관에 긍정적 효과를 보인 연구는 모두 육류 산업과 연관이 있었으며, 그조차도 5개 중 1개꼴로 긍정적이었다. 독립적 연구에서는 약 75%가 부정적 결과였고, 나머지 25%는 중립적이었다.
이는 놀랍지 않다. 붉은 고기에는 포화지방이 포함되어 있고, 포화지방이 LDL을 증가시킨다는 수많은 시험 결과가 존재한다. 그러나 비교적 기름기가 적은 붉은 고기를 먹을 경우 그 효과는 작게 나타난다.
결국 요점은 다음과 같다. 고기와 건강에 대해 우리가 가진 증거는 매우 제한적이다. 관찰 연구는 혼재 요인으로 뒤엉켜 있고, 임상시험은 너무 제한적이며, 우리가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붉은 고기가 건강 위험을 증가시키는 다른 메커니즘(예: 헴철 과흡수, TMAO 생성 촉진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는 부족하다. 또한 무엇을 대신 먹느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붉은 고기 대신 인스턴트 라면을 먹는다면 오히려 나쁠 수도 있으며, 붉은 고기 대신 렌틸콩 섭취를 줄인다면 건강에 불리할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 영양학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다음이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정보에 기반해 결정할 때도 틀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기는 영양가 있는 식품이다. 실제로 동물성 식품은 우리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비타민 B12의 유일한 자연 공급원이다. 이는 인류가 고기·유제품을 포함한 식단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약간의 기름기 적은 고기가, 아예 고기를 먹지 않는 것보다 더 건강한지는 알기 어렵지만, 필자는 “적당량의 고기 섭취”가 불확실성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윤리적·환경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건강에만 집중하자.)
그러나 식물성 식품 역시 매우 영양가 있다.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먹는 것 역시 불확실성에 대한 좋은 대비책이다. 이 말은 즉, 육식만 하는 식단(카니보어 다이어트)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는 고기 전쟁의 주요 어휘가 아니다. 대신, 혐오와 도덕적 우월감이 뒤섞인 지저분한 논쟁만이 존재하며, 각 진영은 자신들이 진실과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이것이 우리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는 은유라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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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mar Has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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