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작품 하나가 있다. 17일 개봉하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불과 재’다. 2009년 첫 번째 영화와 2022년 속편이 전 세계 극장에서 올린 수입만 총 52억 달러, 우리 돈으로 7조 원이 훌쩍 넘는다. 국내에서도 첫 영화가 1,300만 명을 모았고, 속편도 팬데믹이라는 악조건에서 1,0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국내 영화관 관객이 크게 줄었지만 ‘아바타: 불과 재’에 대한 관심만은 남다르다. 2000년대 세계 영화계 최고의 지식재산(IP)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 제임스 캐머런은 몽상가다. 꿈을 현실로 옮기며 살았다. 출세작 ‘터미네이터’는 캐머런이 데뷔 초 로마의 싸구려 호텔에서 열이 펄펄 끓는 상태로 꾼 꿈에서 출발했다. 해골 모양의 금속 괴물이 불 속을 걸어 나오는 모습은 이후 20세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아이콘 같은 이미지가 됐다. ‘아바타’도 10대 때 꾼 꿈에서 본 빛으로 반짝이는 나무와 강 등의 이미지가 바탕이 됐다.
■ 의외로 캐머런의 감독 데뷔는 초라했다. B급 공포영화 ‘피라냐’의 속편 ‘피라냐2’가 캐머런의 장편 데뷔작인데 1편 제작사에게 저작권을 사들인 이탈리아 프로듀서의 횡포와 갑질에 거의 누더기가 된 채로 공개됐다. 촬영 도중 제작자에게 해고된 뒤 그는 로마에 머물며 편집실에 몰래 들어가 편집하다 발각되기도 했는데 당시 쫄쫄 굶으며 앓다가 악몽을 꾼 것이 ‘터미네이터’의 모티브가 됐다.
■ 한낱 몽상가에 불과했던 제임스 캐머런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이는 미국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이다. ‘피라냐2’의 실패에도 캐머런의 가능성을 발견한 존 데일리라는 제작자도 있다. 몽상가들의 시작은 늘 초라하다. 박찬욱 감독도, 봉준호 감독도 데뷔작은 실패로 끝났다. 실패한 몽상에 과감한 투자를 하며 한국 영화는 성장했다. 한국 영화가 내리막기를 걷기 시작한 건 실패에 투자하지 않으면서다. 최근 한국 영화를 보면 여전히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해 암담해진다.
<고경석 /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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