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0월 상달이다. 찬 이슬을 맞으며 청초한 국화가 고결한 향기를 내뿜는 천고마비의 계절로 기려져 온 시절이다. 한국에서는 ‘문화의 달’로 정하여 문예활동을 북돋우며 널리 펴오고 있다. 한(韓)겨레 문화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개천절을 지내고, 우리 문화의 터전이며 도구인 한글을 기리는 날을 맞게 된다.
올해 한국에서는 두 국경일(개천절, 한글날)과 그 사이에 추석절(음 팔월보름)이 이른바, 징검다리 공휴일로 이어져, 열흘간의 연휴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즈음 한국에서는 전국에 걸쳐 다양한 문화축제가 벌어지고, 다채로운 문화유산과 예술을 함께 누리며, 상황에 알맞게 창조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노력으로 각종 공연, 전시, 체험, 공부 활동들이 펼쳐져 시민과 여행객이 다 참여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현지 사정에 맞추어진 다양한 문화 관련 행사들이 기획되어, 뜻있는 이들의 참여와 향유의 기회가 제공되리라 짐작한다.
문화의 달에는 한국 전통예술부터 현대 음악, 연극, 미술, 문학 및 지역 특징이 반영된 축제까지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가 주어져, 문화적 감수성을 기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주민뿐만 아니라 외국 방문객도 열린 공간으로 함께 체험하고 즐길 수 있다. 이달에는 기존 문화를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함과 아울러,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창의성을 북돋는 기간이기도 하다. 각종 예술 공모전, 창작 워크숍, 신진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 창작 연출가들이 개성 있는 문화 세계를 펼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마당도 열린다. 미래지향적인 문화 발전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배달겨레의 한 아버님(한배검, 단군)/할아버님이 하늘에서 내려오사, 우리 복된 땅에 나라를 세우시고, 홍익인간 이화세계로 세상을 다스리기 시작한 지, 어느덧 4358년, 그날을 기리자고 국가가 제정한 개천절, 신라 때부터 한가위로 불리어오며, 추수를 감사하면서 하늘과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가족 친지가 어울려 즐겨온 추석 명절. 이 모두 다 하늘과 땅 및 이승에서 저승까지 우리의 인식과 영성 세계를 확장하고 교감하는 고귀한 미풍양속 전통이다. 이어지는 579돌 한글날 경축,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며 소통 도구인 한글은 단순한 문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글을 통해 우리는 역사와 전통을 기록하며, 후손 및 만인들에게 한민족 정신과 문화를 전승해왔다. 이를테면, 외세 지배기에도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지켜낸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문화적 저항의 상징이었다고 평가된다.
21세기에 이르러 한글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한류 문화의 중심에 있다. 해외의 가요팬들은 한글 가사를 따라 쓰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한글문화가 자연스럽게 세계로 퍼져나가는 실정이다. 나아가 한글 자체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어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한글은 정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빛을 발하고 있은 데,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기기에서의 한글 입력 사용은 세계적으로 매우 효율적이고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네스코가 문맹 퇴치에 이바지한 공로자에게 ‘세종대왕 문해상'을 수여하는 등, 한글의 교육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음도 주목할 만하다.
문화의 달, 10월은 우리 모두 문화의 소중함을 느끼고, 일상 속에서 문화의 향기를 누리며, 미래를 나름 잘 가꾸어가고자 발원하는 때이다. 이 기간에 다양한 문화 활동을 자발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은 한국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직접 발견하는 귀한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한글은 우리 민족문화의 빛나는 자산이며 세계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문화적 도구임을 성찰하여 잘 다듬어 활용하리라 다짐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한국문학 장르 가운데 고유한 영역을 확보해 나가는 시조는 한류의 중요한 부분인데, 그 아름다움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며, 한 수 읊으면서 마무리로 삼으려 한다:
‘한글날 기림’ -진월 이영호
한겨레 문화 보배 빼어난 누리 선물
글자들 가운데서 으뜸가는 한글이여
날마다 갈고 다듬어 보람 가득 쓰리라
<
진월 워싱턴무량사 회주 동국대 불교학과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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