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 모드’ 미중관계, 관세휴전 만료 앞두고 격동 가능성
▶ 트럼프 2기 첫 미중정상회담 앞둔 샅바싸움 측면도…물밑 접촉 주목
▶ 미중정상회담 불발될 경우 트럼프 APEC 계기 방한도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부침을 겪어온 미중관계예 다시 갈등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당초 경주에서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관세 휴전 연장'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 대규모 인상을 포함한 보복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계기에 시 주석을 만나려 했으나 그럴 이유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담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미중 간에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 9일 희토류 합금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했고,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순t(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미국이 14일을 기준으로 중국 선박에 t당 50달러(약 7만1천원)의 입항료를 부과하고 순차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중국 나름의 맞불 성격이 있어 보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오토톡스'(Autotalks) 인수에도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대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싱가포르, 미국 등에 각각 본사를 둔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 'TP-링크'의 미국 영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에 지난 9일 보도됐다. 이 회사와 중국 정부의 관계에 대한 의심에 기반한 검토다.
또 미국 교통부가 미국에 오가는 중국 항공사의 러시아 상공 비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같은 날 나왔다.
이런 양측의 움직임은 미중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샅바싸움'의 측면이 없지 않아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면서 분위기가 급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일련의 조치 중 희토류 수출 통제 문제를 콕 집어서 거론한 것은 중국이 미중간 관세 휴전 합의의 틀을 흔들고 있다는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간 '관세휴전'에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와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각각 정상화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중국 대규모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11월로 다가온, 미중 관세휴전 기간의 종료를 앞두고 미중간 관세전쟁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방금 내놓은 적대적 '명령'(order)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미국도 후속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며 중국의 후속 조치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국 모두 4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됐던 관세전쟁을 거쳐 어느 정도 관리해온 미중관계를 다시 파국으로 몰고 갈 경우 서로 잃을 것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물밑 접촉 등을 통해 상황을 봉합하고, APEC 계기에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단순한 기 싸움 차원을 넘어서는, 심각한 갈등의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의 태도가 트럼프 집권 1기 때와는 다르다.
트럼프 1기 때는 트럼프발 관세 압박 앞에서 중국이 미국산 수입을 대폭 늘리는 무역 합의에 동의했지만, 한차례 '학습'을 거친 뒤 맞이한 트럼프 2기 들어 중국은 1기 때에 비해 한층 대등하게 미국에 맞서는 양상이다. 희토류라는 결정적 대미 압박 카드를 찾아낸 것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미 자신감을 갖게 된 원인의 하나일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열릴 첫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렛대'를 최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더 이상 수세적 자세로 대미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중국의 의중일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언젠가 뼈와 뼈가 부딪히는 대립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시기를 마냥 늦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시 주석의 생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동 가자 전쟁 중재 외교에서의 성과에 찬물을 끼얹는 중국의 희토류 관련 조치에 강한 불쾌감을 표한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관세휴전과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 관련 타협 등으로 어느 정도 관리 모드에 들어선 듯 보였던 미중 관계가 다시 첨예한 갈등 국면으로 들어갈지 갈림길에 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APEC 때까지 양측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APEC 계기 미중정상회담이 불발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취소되는 등 상황이 발생할 경우 APEC을 통해 전 세계 무역 갈등을 완화하고, 동북아 안보에 긍정적 동력을 만들어 보려는 이재명 정부의 노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연합뉴스에 보내온 논평에서 "APEC 정상회의가 불과 2주여 앞으로 다가온 터에 양측이 미중정상회담을 살리기 위해 긴장을 완화할 의향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한국으로선 "(현재의 미중갈등이) 20년 만에 개최하는 APEC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으로 연결될지 여부를 당혹감 속에 지켜볼 것"이라고 피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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