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최근 역학연구 “타이레놀-자폐 연관성 가능”
▶ 트럼프 “임신부, 타이레놀 복용하지 말라”에 전문가들 “인과관계 아냐… 과학적 증거 없어”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 뉴욕의 한 약국 체인점에 진열돼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타이레놀에 대해 의료적 조언을 하면서 임신부들에게 사용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그의 발언이 과학적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월요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손짓을 섞어가며 임신부들에게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의 주성분) 사용을 경고했다. 그는 이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 자폐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타이레놀을 먹지 마라, 먹지 마라.”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죽을 힘을 다해 먹지 않도록 하라.”
그는 “타이레놀을 먹지 말라”는 말을 최소한 10차례 이상 반복하거나 조금씩 변형해 사용했다. 이날 브리핑은 백신, 비만 치료제, 그리고 자폐증의 근본 원인에 대한 첫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된 수십 년 된 약물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자신의 조언이 대부분 입증되지 않았으며,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인정했다. 다음은 이번 논란에 대한 과학자들의 궁금증 문답풀이다.
-타이레놀은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되는가▲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약물의 상품명으로, 미국 밖에서는 파라세타몰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일반의약품 중 하나로, 일시적인 통증 완화나 발열 감소에 사용된다.
타이레놀은 1955년 맥닐 연구소가 어린이용 아스피린 대체 진통제로 처음 출시했으며, 당시에는 처방전이 필요했다. 존슨앤드존슨은 1959년 맥닐을 인수했고, 이후 성인용 타이레놀이 일반의약품으로 출시됐다. 2023년 존슨앤드존슨은 소비자 건강 부문을 켄뷰(Kenvue)라는 회사로 분리했고, 현재 타이레놀은 켄뷰가 소유하고 있다.
FDA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을 함유한 약물은 600종 이상이다. 일반의약품 기침·감기약, 독감 치료제, 진통제, 해열제, 일부 알레르기약과 수면제에도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될 수 있다.
-왜 트럼프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우려하는가. 자폐증과의 연관성은 무엇인가▲최근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관심은 반백신 세력, 극우 인사, MAHA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확대되었다. 그 시작은 국립보건원(NIH) 지원을 받은 연구였다. 이 연구는 8월 14일 BMC 환경보건에 발표됐다.
이 연구는 마운트사이나이 의대 디디에르 프라다 연구원이 주도했고,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 연구진과 함께 수행됐다. 연구팀은 이전에 발표된 46건의 역학 연구를 검토했다. 그중 27건은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녀의 자폐증 또는 ADHD 위험 증가 간의 연관성을 보고했다. 9건은 연관성이 없다고 했고, 4건은 보호 효과를 시사했다. 연구 품질이 높은 논문일수록 연관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프라다는 이 결과가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위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보여주지만, 원인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 둘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연구가 잘 수행된 연구라고 평가했지만, 반대로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강력한 연구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4년 학술지 JAMA에 실린 대규모 연구다. 이 연구는 스웨덴 아동 약 250만 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 ADHD, 지적 장애 위험을 조사했으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공저자인 브라이언 리 드렉셀대 역학 교수는 “일반적 분석 방법으로는 작은 통계적 연관성이 관찰됐지만, 같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비교한 분석에서는 그 연관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유전적 요인 등 다른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임신부가 아세트아미노펜을 쓰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는 말은 사실인가▲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타이레놀을 먹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고 말하며, 임신부들이 고열이 있거나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때”만 약을 쓰라고 반복해서 경고했다.
만약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면, 그 위험이 약물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발열·통증·염증 같은 약물 복용의 원인이 되는 기저 상태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 의사들은 또 발열이 치료되지 않을 경우 태아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임신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최소한으로 사용하거나,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UC샌디에고 의대 신시아 감피-배너먼 교수는 자폐증과 타이레놀 논란이 임신 중 발열을 치료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임신 초기 발열에 타이레놀을 쓰지 않으면 태아에 해롭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부인과학회는 성명에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임신부들에게 혼란스럽고 해로운 메시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또한 “보건 당국의 발표는 아동의 신경학적 문제의 복잡한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며, 신뢰할 만한 데이터 없이 수백만 명의 건강과 복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표를 한 것은 매우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아기에게도 줄 수 있는가▲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일반 감기·기침약은 6세 미만 아동에게 권장되지 않는다. 심각하고 때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DC는 소아의 발열 완화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용량을 위해 의료인과 상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쿠바와 아미시에 대한 트럼프 발언은▲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에는 타이레놀이 없어서 자폐증도 거의 없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여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쿠바는 최근 수년간 의약품 부족 등 공중보건 위기에 직면했다. 쿠바 당국은 그 원인 중 일부를 미국의 제재 탓으로 돌려왔다. CDC는 쿠바 여행객들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일반의약품을 직접 챙겨가라고 권고한다. 2017년 MEDICC 리뷰에 실린 논문은 쿠바 보건부 추정치를 인용해 아동 2,500명 중 1명이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는 과소 추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또 아미시 공동체에는 “자폐증이 사실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0년 국제 자폐 연구학회 학술대회에 발표된 연구는 아미시 사회에도 자폐증이 존재하며, 문화적 요인이 보호자 보고 방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의 공식 입장은▲FDA는 의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명확한 인과관계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 안전과 신중한 진료” 차원에서 임신 중 경미한 발열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 보건 당국은 트럼프의 조언을 신속히 반박했다.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은 I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은 트럼프의 발언에 전혀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화요일 성명에서 “임신 중 파라세타몰 사용은 여전히 안전하며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EMA)도 23일 발표에서 파라세타몰 사용 지침을 바꿀 만한 새로운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제조사의 입장은▲켄뷰는 성명을 통해 “독립적이고 건전한 과학은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반대되는 주장은 강하게 반대한다. 임신부의 건강에 위험을 줄 수 있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10년이 넘는 연구와 전 세계 보건 전문가, 규제 기관의 검토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에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우리는 이 과학을 검토하고 동의하는 전문가들과 함께하며, 미국 여성과 아동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론▲상반된 조언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그 조언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면 더욱 그렇다. 의료 전문가들은 아세트아미노펜이 일반적으로 임신 중 사용하기에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개별적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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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ha Masih, Ariana Eunjung 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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