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칭찬이나 아부처럼 듣기 좋은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 하지만, 정작 도움이 되는 충고나 비판은 불편해하며 외면하곤 합니다.
이혼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뢰인들은 종종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받아들이고, 불편한 조언은 무시하거나 듣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마치 선택적 기억상실처럼 듣기 싫은 말은 금새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달콤한 말만 해주는 사람을 찾다 보면, 나중에 현실과의 큰 괴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필자가 로펌에서 근무할 때 한 파트너 변호사가 수임한 이혼케이스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중동 출신으로, 미국에서 연방 고위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버지니아 맥클레인 지역에만 집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전업주부로 지냈던 아내와 30년 이상 혼인 생활을 유지했지만, 중동에 두 번째 부인도 있었고, 본국에도 주택과 재산이 있었습니다.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이혼 시 남편이 아내에게 위자료나 상당한 재산분할을 해야 할 케이스였습니다.
다만 관건은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 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그 변호사로부터 “위자료를 한 푼도 줄 필요가 없다”는 비현실적인 말을 듣고 싶어 했습니다. 심지어 법이 정한 기준을 무시하고, “내가 정한 대로 재산을 나누겠다”는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남편의 고집은 합리적인 조건의 합의를 가로막았고, 결국 재판에서는 법과 현실에 따른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남편은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미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이슬람교도인 남편은 두번째 부인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미국에서는 중혼이 불법이고, 버지니아 주에서는 명백한 유책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습니다. 배우자에게 법대로 줄 건 주고 원만하게 합의했어야 하는 케이스였습니다. 자신이 원했던 ‘듣기 좋은 말’만 믿고, 현실을 외면한 대가였습니다.
이혼 소송에서 당사자에게 감정은 중요합니다. 분노, 배신감, 억울함이 의뢰인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감정이 아니라 법과 증거로 판결합니다. 따라서 의뢰인은 달콤한 위로보다 때로는 불편할 수 있는 현실적 조언을 들어야 합니다.
변호사의 역할은 의뢰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법적으로 가능한 결과와 한계를 분명히 알려주는 것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을 세울 때, 의뢰인은 불필요한 실망과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혼은 누구에게나 큰 시련이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법적 근거에 따른 전략을 세운다면 새로운 출발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필요한 말과 도움이 되는 조언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말처럼, 쓰지만 결국 도움이 되는 조언이야말로 인생에서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고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당면 과제를 해결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문의 (703)593-9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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