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방미 ‘빈손’…시계·초콜릿·치즈·기계류 등에 중상 예고
▶ 연 55조원인 스위스 대미 무역흑자 감축 방안이 美 핵심 요구사항
7일부터 미국이 스위스산 상품에 39%의 '상호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스위스의 수출 산업과 경제가 위기에 몰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가 연 400억 달러(55조 원) 수준인 대미 상품수지 흑자를 감축토록 하는 것이 양국간 무역협상에서 가장 큰 이슈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스위스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 겸 재무장관과 무역협상차 통화하면서 상품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으나 켈러주터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합의는 불발됐다.
39% 관세 적용 개시일인 7일이 다가오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켈러주터 대통령과 기 파르믈랭 경제장관이 다급히 워싱턴DC로 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나 무역협상을 담당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만나지 못했다.
켈러주터 대통령과 파르믈랭 장관은 6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면담하긴 했으나 무역협상 관련 성과는 없었다.
빈손으로 7일 귀국한 켈러주터 대통령은 귀국 즉시 비상 국무회의를 열어 향후 협상 방향을 논의했다.
비상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미국 측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며, 다만 스위스가 미국 측에 내놓은 것이 이미 "최적화된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위스는 미국과 협상해서 관세율을 낮추는 합의에 이르기를 원하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르믈랭 경제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스위스 산업계가 높은 관세율과 불확실성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집단 정리해고"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에 대한 휴직지원 프로그램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의 업계 단체들은 시계, 산업용 기계, 초콜릿, 치즈 등의 대미 수출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위스의 공업·기술 분야 업계 단체인 '스위스멤'은 성명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며 "만약 이런 터무니없는 관세 부담이 유지된다면 스위스 테크 업계의 대미 수출 사업은 사실상 전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스위스가 유럽연합(EU) 미가입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오래된 논란도 다시금 불붙고 있다.
EU는 협상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15%라는 낮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스위스 기업들은 비상경영 계획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고급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의 조르주 케른 최고경영자(CEO)는 NYT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 전에 미국에 보내 놓은 재고가 약 3개월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세 부과에 따라 비용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 대해서도 가격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며 소매 파트너들과 이익 마진 축소 등 고통 분담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스위스산 상품에 대해 39%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미국 내 투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케른 CEO는 말했다.
공업용 직물기계를 생산하는 스위스 기업 '슈타이거 텍스틸'의 피에르-이브 봉뱅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쓰나미"라고 말했다.
그는 39% 관세가 부과된다면 과연 미국에 수출을 계속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슈타이거의 수출 중 70%는 독일 기업들에게 가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에 공장을 차릴 예정이고, 슈타이거 기계를 미국으로 가져가서 설치하려면 스위스산 상품에 부과되는 39% 관세를 내야 한다.
한 스위스 정밀절단 공구 제조사는 관세를 감당할 방법도 없고 미국 고객들에게 가격 증가분을 전가할 수도 없으니 미국 지사에 두고 있는 10명의 직원을 거의 즉각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 회사 CEO는 미국 사업의 전망이 점점 나빠지는 점도 이런 결정의 요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관세 당국의 보복이 우려된다며 익명 처리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수입 금괴도 관세 부과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주요 금괴 수출국인 스위스는 추가로 타격을 입게 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BP는 1㎏ 금괴와 100 트로이온스(3.11㎏) 금괴는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지난달 31일자로 내렸다.
국제 금시장에서는 400 트로이온스(12.44㎏), 1㎏, 100 트로이온스 등의 규격 금괴가 거래 단위로 쓰인다.
세계 금 거래의 양대 허브는 뉴욕과 런던이며, 양측에서 널리 쓰이는 금괴의 규격이 서로 다르다.
스위스는 금을 수입해서 정련하고 규격에 맞춘 금괴로 변환한 뒤 수출하고 있다.
1㎏ 금괴는 세계 최대의 금 선물 시장인 코멕스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규격이며, 스위스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금괴의 대부분이 이 규격이다.
런던 금시장에서는 400 트로이온스 규격이 주로 쓰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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