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호관세 발효로 미국 평균 관세율 2.3%→15.2%
▶ “수십년 발전해온 무역질서 종언”…GDP 하락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제조업 부활을 외치며 밀어붙인 상호관세가 7일 시행에 들어가면서 전 세계가 전인미답의 국제 무역 질서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몇 달간의 혼란스러운 위협과 번복 끝에 이날 자정(미 동부시간 기준) 직후부터 거의 모든 미국의 교역국에 종전보다 더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의 2.3%에서 올해 15.2%로 치솟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무역 경쟁(trade rivalry)의 시대를 열었다"며 "수십년에 걸쳐 발전해온 국제 무역 체계를 재편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결투를 벌이듯 치열한 협상 끝에 15%의 관세율을 수용하기로 했다.
선진국 중에선 가장 높은 39%의 관세율을 통고받은 스위스는 상호관세 발효 직전 대통령이 미국을 찾았지만 빈손으로 귀국해야 했고,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데 대한 징벌 조치로 50%의 고율 관세를 맞았다.
미국이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한 중국, 그리고 미국의 주요 교역국이자 이웃 나라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추가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닥칠 몇 달은 트럼프와 그 반대파 모두의 예언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새 무역 질서가 미국 경제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크게 줄이고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도록 하겠다고 약속해왔다.
반면 비판자들은 높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매장에는 상품 재고가 동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두 가지 주장 모두 아직 현실이 되진 않았지만 최근 나온 경제 통계들은 잠재적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미 노동부는 이달 초 7월 고용 지표를 발표하면서 앞서 내놨던 5·6월의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을 대폭 삭감해 수정했다. 5월 일자리 증가 폭을 14만4천명에서 1만9천명으로, 6월은 14만7천명에서 1만4천명으로 칼질한 것이다.
상반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전년 대비 둔화했다. 다만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물가도 급등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자체 흡수한 영향이 크고 결국은 소비자와 기업들이 관세 청구서를 지불하게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많은 기업이 관세 시행 전 재고를 비축해뒀다며 "더 힘든 시기가 코앞에 닥쳤다는 징후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그는 기업들이 낮은 수익을 오랫동안 감내할 수는 없다며 물가 인상이 거의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월가에서는 주식 시장의 조정 국면이 임박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 등 투자은행들은 최근 일제히 몇 주에서 몇 달 내 벤치마크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0∼15% 하락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호주 오클랜드대 니븐 윈체스터 경제학 교수는 상호관세 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상호관세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0.29% 낮추고, 미국 GDP도 0.36% 떨어뜨릴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의 핵심 화두가 치솟는 물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었던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여론은 점점 싸늘히 식어가는 중이다.
폭스뉴스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62%, 감세 정책에 대한 반대는 58%로 나타났다.
그런 와중에도 미국의 관세 수입은 크게 늘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미국의 관세 수입은 1천130억달러(약 15조6천억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조지타운대 맥도너 경영대학원의 브래드 젠슨 교수는 관세 수입을 늘리면서 일자리도 동시에 증가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젠슨 교수는 "둘 다 진실일 수는 없다"며 국내 생산이 늘면 수출이 줄기 때문에 관세 수입이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의 법률사무소 시들리 오스틴의 테드 머피 변호사는 "이번 조치는 새로운 무역 질서의 새벽이자 구질서의 종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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