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GA 진영 내부에서 확산되는 회의론
▶ 공화당 유권자들도 이스라엘 지지 약화
▶ 향후 트럼프 중동 정책 변곡점 될 수도

기아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소녀가 구호 단체에서 지원하는 식량을 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로이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기반시설 파괴와 민간인 공습 등의 행위에 미국 공화당과 ‘마가(MAGA·미국을 더욱 위대하게)’ 등 전통적인 이스라엘 지지세력에서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 세력이 향후 미국의 중동정책을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5일 공화당 내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간 동맹 관계에 대해 점점 다른 견해가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불씨를 쏘아올린 건 극우 성향으로 널리 알려진 마저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연방하원의원이다. 그린 의원은 지난달 28일 엑스(X)에서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2023년) 10월7일 사태는 끔찍한 일이었고 모든 인질이 송환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가장 진실하고 쉽다”면서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인도적 위기, 굶주림 역시 마찬가지(끔찍한 일)”라고 적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민주당이 가자지구를 향해 주로 쓰는 ‘제노사이드’란 단어를 이스라엘 극성 지지층인 공화당 의원이 언급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은 ‘마가’ 진영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내 핵시설 3곳을 ‘성공적으로 폭격했다’고 알리자 마가 지지층들은 “우리는 이스라엘을 위해 일하는 것 같다”, “미국 국민 대다수는 이 모든 일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내세우는 마가는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관계가 최우선 되던 미국 보수층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공화당 지지층 전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30세 이하 마가 기반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을 또 다른 중동 전쟁으로 끌어들이려고 시도하면서 나이 많은 마가 핵심층까지 돌아서게 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 센터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이 같은 여론에 더욱 불을 지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간 이스라엘 편에 섰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뒤바뀔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취임 이후 미국 대학 내 반유대주의를 단속하고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을 체포·추방시키며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해왔다. 지난달 이스라엘이 이례적으로 시리아와 가자지구 내 가톨릭 성당을 공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해 불쾌감을 표했지만, 여전히 확고한 이스라엘 지지기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마가 세력 내 이스라엘 회의론자들이 기존 노선에서 이탈한다면 가자지구 전쟁의 향방을 비롯한 미국의 중동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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