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비자 가족 고연수씨 *** 법원 청문회서 기습 구금
▶ 잇단 이민단속 한인 피해 *** “절차위반” 규탄·석방 촉구

지난 2일 뉴욕 맨해튼 연방 청사 앞에서 한인들이 성공회 뉴욕교구와 뉴욕이민연대 관계자들과 함께 억울하게 체포된 한인 유학생 고연수씨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이 다시 한인사회를 강타했다. 한국에서 유학 온 20세 여대생 고연수씨가 지난 달 31일 뉴욕 이민법원에 비자 관련 심리를 위해 출석했다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 의해 기습적으로 체포돼 구금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씨는 성공회 여성 사제인 김기리 신부의 딸로, 지난 2021년 3월 종교비자 소지자의 동반가족 비자(R-2)로 입국해 뉴욕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퍼듀 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고씨는 2023년 체류신분 연장을 승인받아 2025년까지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ICE는 “체류 신분이 종료됐다”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고 씨를 체포했고, 뉴욕 맨해튼 ICE 청사에 구금한 후 루이지애나주의 이민자 구금시설로 이송했다.
이 사건은 텍사스 A&M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인 영주권자 김태홍(40)씨가 한국을 방문했다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난 달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당국에 붙잡혀 억류 중인 데 이어 발생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되고 있는 반이민 정책이 한인사회에도 직접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이번 고씨 사건으로 법정에 출석한 이민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는 ICE의 단속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를 “적법 절차를 명백히 위반한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고,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CLU의 마이클 탄 이민자 권리 프로젝트 부국장은 “이민법원 출석이라는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이들을 법정 문 앞에서 기습 체포하는 것은 공포 통치에 가깝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불법적인 체포와 구금 사실이 알려지자, 뉴욕의 종교계와 이민자 인권단체들도 발 빠르게 공동 대응에 나섰다. 성공회 뉴욕 교구와 뉴욕이민자연합, 뉴욕종교연대 등은 지난 2일 오전 맨해튼 연방 이민국 앞에서 기자회견과 기도회를 개최하고 고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성공회 뉴욕 교구의 매슈 헤이드 주교는 “이민자 정책이 잔혹성과 혼돈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며 “고연수 학생은 미국이 지향해야 할 정의와 자비의 가치를 무참히 짓밟히는 희생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은 단지 한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를 존중하고 이민 절차를 성실히 따르던 수많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고씨를 비롯한 부당 구금 피해자들에게 연대의 뜻을 담은 꽃과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며, ICE의 구금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석 뉴욕한인회장도 “한인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현실이 됐다”며 “성공회 측, 이민자 권익 단체들과 연대해 다각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씨 측 변호인은 ICE의 체포 과정에 대해 “구속 영장 없이 이뤄진 위법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고씨는 외부 접견과 보석이 모두 제한된 상태에서 루이지애나주 구금시설에 수감 중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 기조가 강경해 지면서, 이 같은 사건이 앞으로도 빈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인 이민자 권익단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측은 “정치적 의도를 담은 강경 이민 정책이 무고한 유학생과 이민자 가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제도 개혁과 인권 보호 장치 마련의 시급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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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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