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판자에 꽂은 못을 돌리는 단순하고 지루한 작업에 두 사람이 참여했다. 작업 후 첫째 참여자는 10달러를 지급 받았고, 두 번째 참여자는 200달러를 지급받았다. 주인은 두 사람의 만족도를 측정했다.
10달러를 받은 참여자는 일치하지 않는 두 가지 가치관의 혼란으로 우왕좌왕 하였다. 반면 200달러를 받은 참여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 이유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한 200달러의 보상에 대하여 충분한 만족을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므로 파생하는 심리적 혼란을 모면하기 위하여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끝까지 유지하려는 정신활동을 인지부조화 이론(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이라고 한다.
(레온 페스팅거의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 중에서)
자신의 행동이나 믿음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 터무니없는 이유나 말을 나열하면서 현실을 왜곡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흔하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자신의 언행불일치 행동을 해소하려는 강한 반발 동기를 갖는데 이것을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놀랍게도 지식인, 진문인, 정치인, 종교인에게 고급 인지부조화 현상이 많다. 그런 사람은 정체성, 가치관 혼란을 겪을 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불신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한 번은 ‘러스키 비에스트니크’ 출판사로부터 거금 4,500루블의 선금을 받고 작품을 쓴 적이 있다. 두문불출하고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있어 속성 작품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돌변했다. 마감날짜를 지키려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써내려가던 원고를 몽땅 쓰레기통에 집어 버리고 출판사에 편지를 썼다. “글 빚을 지는 작가가 더 이상 되고 싶지 않습니다. 미리 후한 대가를 받고 하는 집필은 나의 창의성을 흔들어 놓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나 자신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판단 오류의 가능성을 솔직하게 인정한 도스토예프스키는 인지 부조화의 모순에 빠지지 않는 위대한 작가가 되었다.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베드로는 신앙고백을 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이 특출한 신앙고백은 예수를 감동시켰고 베드로가 수제자로 도약하는 데 큰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훗날 예수가 고난을 당할 때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하고 비굴한 인간으로 전락했다. 베드로는 인지 부조화를 여러 번 겪었다. 베드로의 인지부조화 문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가 삼 일 만에 부활하신 예수의 특심한 사랑의 의해서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예수는 베드로가 행한 치명적 배반에 대해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책임을 추궁하지 않았다. 다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말만 세 번 물었다. 그리고 “내 양을 치라.” 고 분부한 것이 전부다. 이것은 놀라운 ‘은혜의 선제성(prevenient grace)’이다.
배반자 베드로를 향한 예수의 마지막 분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는 것이다. 한 인간의 실패를 무한하신 은혜로 재위임해 주시는 예수의 선제적 은혜는 베드로의 정체성 위기와 인격분열을 단번에 치유했다. 예수의 사랑은 위대하다. 깊다. 신비하다. 감사의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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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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