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주에서만 최소 124명 발병…백신접종률 낮은 지역서 확산
▶ 8개주서 유행 중인데도 연방 당국, 별다른 대응 없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로이터]
미국에서 홍역에 걸려 사망하는 사례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나왔다.
텍사스주 서북부 러벅시(市) 보건당국은 26일 이 지역에서 최근 유행 중인 홍역 발병과 관련해 사망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사망자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학령기 아동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AP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매체들은 미국에서 최근 어린이 백신 접종률이 낮아지고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오른 가운데 홍역 사망자가 나오면서 공중 보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 홍역 발병은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조지아, 뉴저지, 뉴멕시코, 뉴욕, 로드아일랜드, 텍사스 등 8개 지역에서 보고됐다.
이 가운데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텍사스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이후 전날까지 텍사스주에서 모두 124건의 홍역 발병 사례가 확인됐다.
텍사스주 환자의 연령대는 5∼17세 아동·청소년이 62명으로 가장 많고, 0∼4세 유아가 39명, 18세 이상이 18명이었다.
이 환자들 가운데 5명(4%)만 백신 접종을 받았고, 나머지(96%)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당국은 전했다.
AP는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텍사스의 홍역 환자 대부분이 어린이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을 하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시골 마을의 메노파교(기독교의 한 분파) 커뮤니티에서 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퍼졌다고 전했다.
사망자가 나온 러벅시와 인접하고 80명의 환자가 발병한 게인스 카운티는 홈스쿨링과 사립학교 커뮤니티가 활발한 곳으로, 지난 학년도에는 거의 14%에 달하는 학령기 아동이 필수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미국에서 공립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필수 백신 접종을 마쳐야 입학을 허가한다.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케네디가의 일원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과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의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이날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첫 각료 회의에서 홍역 사망자 발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매일 홍역 전염병을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올해 들어 홍역 환자가 여러 명 있었다면서 홍역으로 인한 사망이 "드문 일은 아니다"(it's not unusual)라고 덧붙였다.
그는 홍역 백신 보급이나 연방 정부가 발병을 막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날 별다른 성명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았으며, CDC는 이날 웹사이트에 홍역 사망자 발생 사실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이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2명이라고 잘못 말했고, 나중에 연방 기관 대변인이 이를 정정해 사망자가 1명이라고 언론에 알렸다.
홍역은 호흡기가 감염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강하며 발진,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실명, 폐렴, 뇌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어린이들이 특히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홍역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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