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리부동’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품 중 가장 대표적인 성품을 대변하는 말인 동시에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대략 긍정적인 면이 아닌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니 조심할 일이다.
“그 사람은 표리가 부동한 인간입니다” 라고 하면 그 사람을 폄하하는 말이고 당사자가 듣는 데서 말하면 십중팔구 원수가 되고도 남을 평가다. 사실 대부분의 인간들은 단언컨대 표리부동한 삶을 살아가지만 남으로부터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말 자체가 욕으로 사용될 때 잘 쓰이는 단어이긴 하지만 인간의 원초적 모습을 표현한 말로서 이만한 단어도 없다.
나는 물론이려니와 당신은 어떤가? 정말 겉과 속이 동일한 삶을 살아간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결국 사람은 얼마만큼의 표리가 동일하냐에 따라 인격이 판가름 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안 만나면 표리의 부동을 잘 알지 못하지만 만남이 계속되면 점점 정체를 알게 되고 내가 바로 표리부동의 주인공임이 탄로 날 터이니 경계할 일이다.
하여 이런 말이 있다. “소설이나 시, 또는 좋은 글을 쓰는 필자를 만나지 말고 독자는 존경하는 사람의 책은 될 수 있는 대로 읽지 마라.” 부연하지 않아도 이해가 가지 않는가. 영화배우나 가수, 탤런트 역시 영화나 TV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사적으로 만나는 즉시 화장안한 맨얼굴에서 오는 실망감에 사로잡힐 일이다.
정치인은 어떤가. 요즘은 정치인도 팬들이 있어 한번 떴다하면 구름처럼 인파를 몰고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표리부동한 인간의 진면목을 모르는 결과다. 그러나 일언이폐지하고 정치인의 표리부동은 설명하지 않아도 단연 톱이다.
그래도 그들의 경박한 애국심과 믿을 수 없는 호언장담에 표를 던지니 겉과 속이 다르다고 비난만 할 수도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정체를 알아도, 표리부동한 인간인 것을 익히 알면서도 목을 매고 선호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기꾼인 줄 알면서도 사기를 자청해서 당하는 것과 흡사하다. “나는 표리부동한 사람이야!”라고 외치는 데도 좋다는 것이다. 이 무슨 해괴한 논리란 말인가. 마치 나쁜 남자를 좋아하다가 불행에 빠져도 좋다는 이상심리에 놓인 마조히즘의 결과란 말인가.
종교적 이단 사설에 빠진 인간들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조금만 정신을 차려도, 아니 가장 보통사람의 상식만 지녀도 발견할 수 있는 표리부동함을 간과한 나머지 재산을 탕진하고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구겨버리는 삶을 얼마든지 본다.
이런 어리석은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자기 잇속을 챙기는 표리부동한 인간들이 시마다 때마다 외쳐대는 그럴듯한 변설(辯舌)에 넘어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은 잘못된 명제일 것이다. 영장과는 거리가 한참 먼 우매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너무나 많다.
된장인지 변인지 입에 넣어줘도 깨닫지 못하는 우중(愚衆)들이 자신을 망치고 가정을 망치고 나라까지 망친다. 그런 면에서 “민심”이라는 말은 별 가치가 없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이런 우스개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다. 어떤 백화점 사장이 보석파트에 진열된 에메랄드 목걸이 하나가 영 팔리지 않아 속상했다. 직원에게 말했다. “저 목걸이가 3년째 저러고 있으니 값을 반으로 내려 팔아치우게나.” 며칠 후 사장에게 직원이 말했다. “드디어 팔렸습니다.” “그래? 값을 너무 내린 건 아니겠지?” 직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파격적으로 값을 두 배로 올려 센터에 진열했더니 그날로 나갔습니다.”
참으로 겉과 속이 같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온 세상이 표리부동한 원칙을 세우고 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그래서 사람이 싫다는 사람도 많다. 저도 사람이면서 사람이 싫다면 어쩌자는 건가. 결국 정직하기가 이처럼 어렵다는 말이다.
정직한 사회, 정직한 인간관계를 주도할 자리에 있는 사람부터 표리부동을 버려야할 일인데 오히려 표리부동의 본을 보이고 있으니 2025년 새해도 불신시대의 살얼음판을 가야 할지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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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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