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 새해아침이다. 초속으로 뛰는 세월 탓인지, 현대인들은 카톡으로 새해인사가 한창이다. 카톡 속의 풍경들과 꽃의 향기가 가슴으로 스며들어와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을 전해준다. 생명의 식물들은 무한한 상상과 사랑을 일깨워 주는 삶의 동반자들이다.
오랜 세월 동안 나무들과 꽃들을 키우면서, 그들과 생명의 교감을 느끼기도 한다. 주위에선 바쁜 세상에 어떻게 꽃에 물주고 거름 주고, 매번 화분 갈이를 하느냐고, 또 낙엽을 치우고 베란다에 물 소제를 하느냐고 걱정한다. 나이 들수록 간단하게 살아야한다며 미니멀리즘 알지! 하고 다그친다.
그래도 꽃을 사랑한다. 꽃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사라지기에 더 귀한 존재들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꽃을 사랑하는 나태주시인의 시다.
사랑은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 햇살이 빛나듯이 / 혹은 꽃눈보라처럼 왔던가 /
기도처럼 왔던가 / 말하렴 // 사랑이 커다랗게 날개를 접고 // 내 꽃피어 있는 영혼에 걸렸습니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대학시절 이 시로 인해 나는 사랑의 감정도 없이, 사랑의 대상도 없이, 사랑이란 단어에 잠 못 이루던 기억이 있다. 나뿐만이 아니다.
김춘수시인은 일본 유학시절 헌책방에서 구입한 릴케의 시집에서 이 시 구절을 읽고, 시인이 되기로 생의 행로를 바꿨다고 한다.
또한 소설가 김승옥씨도 현실적인 여건으로 문학을 포기하려 했을 때, 릴케의 단 한 편의 산문인 <말테의 수기>를 읽고 인간이 언어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가를 깨 닳게 되었고, <무진기행>같은 작품을 쓰게 됐다고 한다.
장미꽃을 사랑했던 시인 릴케는 “시는 체험이다”는 그의 주장대로 일생동안, 시적 체험을 찾아, 고독과 인내와 고뇌의 집 없는 방랑생활을 했다.
그는 친구의 배려로 스위스의 뮈조트 성에 안착해서 시심으로 가득한 창작의 무아지경에서 <두이노의 비가>와 <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등 최후의 명작들을 탄생시켰다. 그 후로 51세에 장미 가시에 찔린 것이 화농되고 지병이 돋아 백혈병으로 작고했다.
집에 있는 북향의 베란다는 바깥으로 오픈되어있다. 그래서 베란다에 있는 식물들은 변하는 바깥날씨에 따라 살아가는 신세들이다. 햇볕이 부족한 관계로, 넝쿨진 잎들과 꽃나무들이 엉켜서 바깥으로 목을 길게 내밀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푸르고 싱싱한 넝쿨 사이로 부겐빌레아 붉은 꽃이 쏟아질 듯 피어있다. 가냘픈 2개의 가지가 온 몸이 꽃으로 덮여있다.
부족한 햇볕에서도 생명이라는 엄연한 존재는,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아름다운 자연의 힘이다. 그 붉은 꽃이 핀 의미를, 생명의 존귀함을 확인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1월이다.
<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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