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치러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은 지미 카터와 붙어 44개주에서 이겨 489명의 선거인과 총유효표의 50.7%를 차지한 반면 카터는 6개주와 워싱턴 DC에서 이겨 고작 49명의 선거인과 41%의 유효표를 얻었다. 1984년 대선에서 레이건은 월터 먼데일과 싸워 49개주에서 이겨 525명의 선거인과 58.8%의 유효표를, 먼데일은 1개주와 DC에서 이겨 13명의 선거인과 40.6%의 유효표를 얻었다. 압승이라는 단어는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작년 치러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31개주에서 이겨 312명의 선거인과 49.9%의 유효표를, 카멀라 해리스는 19개주에서 이겨 226명의 선거인과 48.4%의 유효표를 얻었다. 총 유효표로 따지면 1.5% 포인트의 신승이다. 대선 승부를 결정지은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니아의 표차는 불과 23만 표다. 이중 절반만 해리스로 돌아섰더라면 3개주의 승자는 해리스였을 것이고 백악관도 그녀의 차지가 됐을 것이다. 이걸 두고 공화당과 도널드의 압승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압승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연방 상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이 53석으로 다수당이 된 것은 오하이오, 몬태나, 웨스트버지니아 등 원래 ‘빨간 주’였던 곳을 탈환한 덕이고 경합주인 네바다, 애리조나, 위스콘신, 미시건에서는 모두 졌다. 연방 하원은 더하다. 공화당 의석은 선거 전 221석이던 것이 선거 후 220석이 됐다. 의석이 더 줄어드는 압승도 있나. 그나마 맷 게이츠가 사임하고 엘리즈 스테파닉이 유엔대사로, 마이클 월츠가 국가 안보 보좌관으로 차출되는 바람에 의석 수는 217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하원 과반수는 217명이기 때문에 단 한명의 반란표만 나와도 과반은 무너지게 돼 있다.
이 와중에 도널드는 취임하기도 전 3연타를 맞았다. 첫번째는 후안무치한 성중독자 연방 하원의원 맷 게이츠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하자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들이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연방 하원 보고서에 따르면 게이츠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정기적으로 다른 사람 구좌를 사용해 성매매를 했고 이중에는 17살짜리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마약을 상습 복용하고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연방 상원에서 인준을 받지 못할 것이 확실시 되자 게이츠는 장관 후보직을 자진 사임했다.
두번째는 연방 하원의원의 반란이다. 도널드는 자신의 국정 운영에 방해가 된다며 연방 부채 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는데 공화당 의원 34명이 이에 반기를 들고 이 법안을 폐기시켜 버린 것이다. 한 두명도 아니고 이처럼 무더기로 반대가 나온 것은 도널드의 당 장악력이 절대적이지만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번째는 지난 주 뉴욕 지법의 머천 판사가 내린 도널드에 대한 중범 인정 판결이다. 그는 대통령 당선자의 신분을 감안해 처벌은 면제했으나 12명의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내린 34개 포르노 배우 성관계 스캔들 폭로를 막기 위한 돈 지불과 장부 조작 혐의에 관한 유죄 평결은 유지했다. 그는 이 판결에 앞서 “기소와 배심원 평결을 기각하는 것은 연방 대법원이 정한 대통령 면책권에 대한 우려와 부합하지 않고 법치주의를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기각해 달라는 도널드 측 요청을 거부했다.
도널드 측은 연방 대법원에 대통령 당선자도 대통령과 같이 형사 면책권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나 지난 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기각한 판사 중에는 보수파 존 로버츠와 도널드가 지명한 에이미 배럿도 포함돼 있다. 이로써 도널드는 미 역사상 처음 중범 신분으로 백악관에 들어가게 됐다.
그러지 않아도 집권 2기는 대통령에게 힘든 시기다. 1980년과 1984년 압승을 거둔 레이건은2기가 시작되자마자 터진 이란 콘트라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다. 역시 1996년 압승을 거둔 빌 클린턴도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 위기까지 맞았고 2004년 재선에 성공한 아들 부시는 이라크 전 악화와 카트리나 늑장 대응, 2008년 금융 위기로 허우적대다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20일 취임하는 중범 도널드는 이 역사상 두번째로 취임하자마자 레임덕이 되는 대통령이 된다. 연방 헌법은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을 두번까지밖에는 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하려면 헌법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방 상하원 2/3 찬성과 50개 주 의회 ¾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실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치적 장악력은 떨어질수밖에 없다.
2년 뒤면 중간 선거고 중간 선거에서 집권당이 주로 지는 관례를 감안할 때 도널드가 힘을 쓸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올해뿐이다. 파워가 최대치인 지금부터 연방 상하원과 대법원에서 연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남은 임기가 평탄치만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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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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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기자가 이런 글 쓴다고 뭐 나질 게 있나? 이미 루저신세. 입막은 돈은 사실 말도 안되는 케이스.. 놀랍게도 미국선 입막음 돈을 줘도 불법이 아님. 이걸 모든 사람이 반대해도 트럼프 잡겠다고 선거 내내 말하고 돌아다닌 민주당 검사장이 일을 저질렀고 판사 역시 민주당에 기부금을 낸 자. 이런 건 눈에 안보이나? 게다가 하원의석은 공화당 우세지역이라 곧 공화당 의원으로 다 찰 텐데.
아갈배변 자칭 보수 ㅋㅋㅋ 2찍 게생충제임스 ㅋㅋㅋㅋㅋ 전두엽은 논리적 사고를 하라고 있는거다 무게추가 아니고 ㅋ
민경훈 위원님의 글을 보니 그래도 좀 위안이 되는군요. 맞습니다. 한 2년만 견디면 트럼프의 시대는 지나갈거고 그 다음 후보에 기대를 겁니다. 트럼프를 뽑은 시민들은 시간이 흐르면 한국의 윤석열이를 뽑은 2찍들 신세가 될겁니다.
시작부터 저주를 설파하는 한인 좌파언론, 이들에겐 그동안 가짜 뉴스를 한인들에게 설파한 중대한 범죄에 대한 반성은 기대하기 어려울것 같다. 그대들은 미국시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