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이란 등과 포괄 휴전 논의
▶이는 이란혁명수비대 공습 재개
▶ 바이든ㆍ네타냐후 통화 또 연기
▶전문가들 “성사 가능성은 낮다”
▶협상 추진설에 국제 유가 하락
8일 이스라엘의 공습에 건물이 파괴된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지역. [로이터]
이스라엘과 1년 넘게 분쟁 중인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조건 없는 휴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다만 수세에 몰린 헤즈볼라가 임시방편으로 꺼낸 카드라는 점에서 협상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휴전 협상 가능성에 더해 이스라엘의 보복이 석유 시설이 아닌 정보 및 군사 시설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는 1주일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 2인자 나임 카셈은 이날 방송 연설을 통해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의 휴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사망 이후 그 자리를 대신해온 카셈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원하고 있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셈은 “휴전이 성사되고 외교의 장이 열리면 다른 세부 사항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했던 헤즈볼라의 입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레바논의 한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공습 표적이 된 지역의 시아파 지지자들이 대거 이주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 수뇌부 대부분이 제거되면서 투쟁 동력을 상실한 데다 이스라엘의 보복을 앞두고 있는 이란이 휴전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 뉴스는 이날 “이란이 최근 (헤즈볼라 지도부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 휴전 협상을 모색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휴전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카네기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게 알리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함으로써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헤즈볼라가 정치를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그런 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선에 수천 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하면서 전면전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수도 베이루트 남부 등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으며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거점으로 알려진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대한 공습도 재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연설에서 레바논 국민들에게 “가자지구에서 보는 것과 같은 파괴와 고통을 피하라”며 “전쟁이 끝날 수 있도록 헤즈볼라로부터 조국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재에 나선 미국과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등 중동 국가들이 포괄적인 휴전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9일 통화할 예정으로 전해졌다가 다시 연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조만간 이란 대응과 관련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인 만큼 구체적 대응 방침이 정해진 뒤 바이든 대통령과 소통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휴전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는 이날 4% 넘게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이달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벌인 뒤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보복으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에 급등세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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