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개인을 위한 맞춤형 입법인 사적 법안(Private Bill)이 법률로 빛을 보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확률이 그만큼 낮다. 레베카 트림블 케이스는 사적 법안이 결심을 맺은 드문 사례다.
레베카 트림블은 1989년 생후 사흘만에 오리건주 세일럼에서 살던 양부모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데려온 입양아였다. 아이가 없던 양부모는 멕시코에서 선교사로 일하던 지인들이 다리를 놓아 주어서 레베카를 입양하게 되었다. 입양 당시 출산을 도와줬던 멕시코 산부인과 의사가 13살된 생모 대신 양부모를 레베카의 부모로 적은 출생확인서를 발급해줬다.
레베카의 양부모는 신생아를 데리고 육로로 미국으로 돌아왔다. 자동차로 티화나 국경을 넘을 때 CBP요원이 양부모 일행을 간단한 손짓으로 통과시켰다. 양부모는 레베카를 입양하려면 멕시코 법원에서 양육권을 허가 받는 뒤 입양비자를 받아서 입국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레베카 부모는 멕시코 출생증명서로 SSA에서 레베카의 소셜시큐리티 넘버를 받았다. 레베카는 나중에 운전면허증도 발급받았고, 19살이 되던 2008년에는 투표도 했다. 레베카가 본인이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은 2012년 리얼 ID 운전면허증을 신청했을 때였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 둔 레베카는 신혼여행으로 캐나다 자동차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여권 대신 캐나다 입국이 가능한 리얼 ID 운전면허를 신청했다. 그러자 DMV는 멕시코에서 발급해 준 출생확인서가 아닌 미국 시민권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별도 서류를 요구했다. 레베카는 비로소 본인이 입양 당시 입양절차를 밟지 않는 채 미국으로 입국했다는 것. 그래서 신분 자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15년 미군 예비역 장교신분이었던 남편의 배우자였던 레베카는 군인가족 임시체류신분(Parole in Place)을 신청했다. 그러나 USCIS는 시민권자 가족에게 주는 군인가족 임시체류신분이 레베카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PIP는 미국에 정식으로 입국을 하지 않은 군인 직계가족에게 주는 것인데, 레베카는 멕시코 국경을 통과할 때 CBP요원이 손짓으로 입국을 허가했기 때문에 정식 입국이 된 상태라는 것이었다.
입국을 정식으로 했고, 남편이 미국시민권자였던 레베카는 2016년 시민권자 배우자 케이스로 영주권을 신청했다. 그러나 영주권이 거부됐다. 레베카가 19살때 투표를 했다는 것이 거부 사유였다. 레베카는 즉시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재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레베카의 기막힌 사연이 알려지자 지역사회가 들고 일어났다. 연방 정부가 의료인력 부족 지역으로 지정한 오지인 알래스카주 베델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는 남편, 그리고 어린 두 자녀까지 둔 레베카를 위해서 베델 시의회는 레베카의 특수사정을 고려해 줄 것을 연방정부에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교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주민들도 변호사 비용을 위한 모금운동을 하는 등 레베카 돕기에 발벗고 나섰다.
도날드 영 연방하원의원이 레베카를 위해서 사적 법안을 2021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자 이듬해인 2022년 알래스카주 두 상원의원이 나서서 다시 사적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이 법안은 상하 양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레베카 트림블은 2022년 연말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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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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