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은 세월호 10주기였다.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0분경 제주도행 여객선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 일명 맹골수도에서 전복되면서 4월18일 완전 침몰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탑승인원 476명 중 304명의 애꿎은 목숨이 희생되었다. 이중 경기도 안산시 소재 단원고 250명의 채 꽃피우지 못한 아이들이 죽었다.
그동안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회의 곳곳에서는 원칙과 기본이 무너지고 안전불감증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2022년 10월에도 서울 이태원에서 압사사고로 159명이 숨졌다.
아이를 가슴에 묻은 학부모, 순직한 교사 및 일반인의 유가족들은 어떻게 10년 세월을 보냈을까.
참사 초기 피해자 가족들은 안산지역의 봉사단체로부터 도움과 위로를 받았고 고마운 마음에 연탄 나눔, 김장 봉사 등으로 보답을 했다. 차차 봉사의 주최자가 되면서 2017년부터 4.16 가족나눔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이하 가족협의회)에 200여 가정이 참여하여 전국 65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100일 이상 광화문 노숙농성 끝에 2014년 11월에야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나마 유가족이 요구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제외되고 세월호만 바다에서 인양되고 보존되고 있다.
그동안 희생자 아버지가 만든 다큐 ‘바람의 세월’에 이어 가족협의회와 연분홍 치마가 제작한 옴니버스 3부작 다큐 ‘세가지 안부’ 등 많은 세월호 관련 다큐와 서적이 나왔다. 올 3월 참사10주기 공식기록집 ‘1,520번의 금요일’을 펴냈고 오는 5월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장편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이 개봉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기록한 다큐는 번번이 방영 불가 통보를 받고 있다. 이는 처음 언론이 ‘전원구조’라는 희대의 오보를 내고 보수 언론이 참사가 ‘정치 투쟁화’되었다고 비난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극단 ‘노란 리본’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결성한 극단이다. 지난 10년간 웃을 일이 생겨도, 기뻐할 일이 생겨도 “내 아이의 영혼은 푸른 바다 속을 헤매는데 엄마인 내가, 아빠인 내가 웃어도 되나?”하는 자괴감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랩을 좋아한 자녀의 역할을, 만화 ‘원피스’ 주인공 루피를 좋아하는 자녀를 위해 루피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섰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연극 속에서 아이들이 못간 제주도 수학여행도 간다. ‘내가 내 새끼 얘기 안하면 누가 하겠냐’며 장년의 어머니가 아이들 교복을 입고 춤추고 노래한다. 이들은 웃지만 관객들은 울고 있다.
10년 전 세월호가 전복되고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에 착실히 제자리에 가 앉아있던 아이들, 5분이면 구조할 수 있는데 아무도 구조하지 않고 그대로 생매장시킨 그 잔인함을 전세계가 지켜보았다.
이에 뉴욕과 뉴저지 세사모(세월호를 잊지 않는 사람들)가 태동했고 진실규명 촉구 시위집회, 세월호 특별법 진행상황 및 유가족 간담회, 북콘서트를 주최했다. 작년 6월에는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에서 다큐 ‘장기자랑’ 상영회 및 간담회를 열었다.
세사모는 참사 10주기를 맞아 지난 4월14일 기억 벤치가 조성된 뉴저지 팰팍 로즈덕 피크닉 가든에 304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행사를 여는 등 계속하여 힘을 보태고 있다.
시인 정호승이 4.16재단 주최 세월호 참사10주기 기념식에서 발표한 시를 발췌 소개한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다/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중략)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는/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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