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분만에 도시 전체 휩쓸어”… ‘두 정부’ 엇갈린 지시 의혹
▶ ‘집에 머물라’ 지시 주장도
리비아 데르나에서 홍수로 인한 파괴를 보여주는 항공 사진
열대성 폭풍이 리비아를 강타한 지난 10일(현지시간) 집에 머물라는 당국의 지시로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확산하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현지 당국이 사람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는지, 내렸다면 언제 내렸는지 등을 두고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동부와 서부를 각각 장악한 리비아의 두 정부가 서로 엇갈린 지시를 내리며 혼란을 부추겼다고 증언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몰고 온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가 대립하고 있는데,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리비아 태그히어당 대표 구마 엘-가마티는 홍수 피해 지역의 주민들이 "'가만히 집 안에 있어라,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14일 주장했다.
LNA 측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밤 TV에 출연해 기상악화를 이유로 주민들에게 집에 머무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LNA 측 대변인 오스만 압둘 잘릴은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으며 집에 있으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홍수 피해가 집중된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의 압둘메남 알가이티 시장도 아랍 매체 알하다스와의 인터뷰에서 "재난 발생 3~4일 전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일부 생존자들도 기상 상황이 악화하면서 경찰과 군 당국이 고지대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다고 BBC에 전했다.
일각에서는 주민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대피가 늦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LNA 측 대변인 잘릴은 주민들이 위험이 과장됐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고, 동부 지역 당국 관계자도 "불행하게도 일부 사람들이 '상황이 과장됐다,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이 혼란을 겪는 사이 댐 붕괴 후 쏟아져 나온 물살이 90여분 만에 도시를 휩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 방송은 10일 폭우로 상류 댐 두 개가 붕괴한 지 90여분 만에 거센 물살이 도시 전체를 휩쓸었고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당국 대응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리비아가 뒤늦게 댐 붕괴 조사에 착수했다고 AP 통신은 16일 보도했다.
알-세디크 알-수르 리비아 검찰총장은 댐 붕괴와 관련해 데르나 지역 당국자들과 이전 정부를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느 누구든 잘못이나 부주의가 있었다면 사법 당국은 단호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당사자를 형사 기소하고 재판에 넘기겠다"고 했다.
다만 AP 통신은 2011년 이후 혼돈에 빠진 리비아에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리비아 적신월사는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1천300명을 넘어섰다고 지난 14일 밝힌 바 있다.
BBC는 데르나 중심지에서 구조대원과 포렌식팀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지만 주요 국제구호단체는 도착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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