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왼쪽)와 베랄렐 스모트리히(오른쪽) [로이터=사진제공]
재집권을 눈앞에 둔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가 차기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서 극우 성향 정치인들을 팔레스타인 관련 요직에 배치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이 우려를 표명했다.
5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전날 친이스라엘 단체인 '제이 스트리트'(J Street) 행사에서 유대인 정착촌과 요르단강 서안 병합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든다는 희망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며 "성 소수자 권리 존중과 모든 이스라엘 시민의 평등 보장 등 민주주의 핵심 원칙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두 국가 해법'의 전망을 훼손하거나, 정착촌 확장을 제한하지 않는 행위, 서안 합병을 진전시키고 성지의 역사적 지위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 파괴와 추방, 선동과 폭력을 명백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개인의 성향이 아닌 추구하는 정책을 기반으로 해당 정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은 재집권을 앞둔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가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통해 팔레스타인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내각의 요직을 극우 정치인들에게 주기로 한 것에 대한 우려 표명이자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네타냐후는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의 오츠마 예후디트당에 경찰과 국경 경찰을 관할하는 국가안보장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정책을 관할하는 네게브·갈릴리 개발 장관, 유무형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교육 시스템 등에 동화시키는 유산장관직을 할당했다.
극우 정치인과 활동가들의 변호를 도맡았던 벤-그비르는 미국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극우 정당 카흐(Kach)에서 활동하면서 그 이념을 계승했다.
2019년 총선 당시엔 "이스라엘에 충성하지 않는 아랍계를 추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네타냐후는 또 다른 극우 정치인인 베잘렐 스모트리히의 독실한 시오니즘 당에는 재무장관, 시오니즘·통합부 장관직을 분배했으며,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를 관장하는 국방부 산하 조직 민간협조관(COGAT) 업무 중 유대인 정착촌과 노지(open lands) 관할권을 주기로 했다.
스모트리히 대표는 2005년 가자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철수 반대 운동 중 체포된 전력이 있으며, 그가 만든 정착촌 단체 'NGO 레가빔'은 팔레스타인 주민과 베두인, 아랍계 이스라엘인의 서안 내 건축물을 감시하고 법적 대응을 해왔다.
그 밖에도 네타냐후는 반아랍, 반성소수자 성향의 극우 유대 민족주의 정당인 노움(Noam)의 아비 아모즈 대표에게는 신설되는 '유대 정체성' 담당국의 부장관과 총리실 산하 교육 문제 담당 장관직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아모즈 대표는 차기 정부에서 각급 교육기관의 8천여 개 교육 프로그램을 감독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학교 커리큘럼 등에서 성 소수자 및 아랍 관련 이슈로 교사 및 교육단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아모즈 대표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예루살렘의 성 소수자 이벤트인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금지 필요성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네타냐후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의 첫 번째 총리 임기에 이어 2009년 3월 31일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총 15년 넘게 집권한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다.
그는 지난해 6월 8개 반대파 정당이 뭉쳐서 만든 연정에 밀려 실권했지만,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면서 재집권 기회를 잡았다.
이스라엘 대통령으로부터 총리 후보 지명을 받은 네타냐후는 우선 3개 극우 정당과 연정구성 협상을 마쳤으며, 나머지 우파 정당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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