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H 1,000명 이상PI가 연구 주도, 독창적 아이디어 창출 엄격히 평가…미국 R&D 사업, 상용화 계획 필수
▶ 한국과 달리 대학서 창업자 잇따라…실패용인 문화 고위험 연구 촉진, 좀비 스타트업 만연 국내와 대조
‘R&D·기술사업화’ 선순환 생태계“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면서 독창적인 연구를 장려하고 기술사업화에 나서야합니다. 무엇보다 실수와 실패를 용인하는 생태계가 중요한 것이죠.” 한미 과학기술계 리더들은 서울경제가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연‘한미과학기술 혁신 토크콘서트’ 에서 미국의 연구개발(R&D)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들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우선 김희용 국립보건원(NIH) 분자신호실험실(Laboratory Molecular Signaling) 치프는 “NIH는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기관이지만 올해 450억 달러(약60조 원), 내년 약 80조 원의 예산 가운데50% 이상을기초과학에투자한다”며 “그중 80%를 외부의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지원하는데 독창성(originality)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 창의성과 고품질 연구인지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위험 연구를 할 수 있게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성실하게 연구했는데 성공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크게 상관하지않는다. 실수와 실패를 용인해야 고위험 연구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 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NIH는 27개의 연구소와 센터를 두고 있는데 연구 성과물이 산학 협력과 기술사업화로 이어지게 만드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게 특징이다. 김치프는 “NIH는1000명이상의수석조사관(Principal Investigator ·PI)이 연구를 주도하는데 선도자로서 연구 아이디어를 내느냐를 중요하게 본다”며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기발한 아이디어를 낳는 효과가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NIH의 PI는 약 1200명으로 연구소와 센터뿐 아니라 외부 산학연병과 협력하며 연구하는데 혁신적 아이디어와 사회 공헌도 등을 4년마다엄격하게 평가받는다. 3분의2 이상이 테뉴어(신분 보장) 신분이지만 연구 수준이 너무 떨어지면 연구비, 실험 장비, 공간 사용에 제약을 받는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회장 출신인 오준석 미국 웨스턴미시간대 환경건설공학부 교수는 “미국에서는 R&D 사업의 경우 상용화 계획을 넣는 게 일반적”이라며 “미국 대학에서 한국과 달리 창업자가 엄청나게 나오는 게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 등 좋은 대학 출신들이 편안하게 사는 데 좀 안주하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 그런 부분을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벤처·스타트업 활성화 측면에서도 ‘실패용인’이 주요 과제로 꼽혔다. 양경호 재미한인혁신기술기업인협회장은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창업 뒤 실패하면 실패했다고 얘기를 한다”며 “그런데 한국 스타트업들을 많이 멘토링해보니 실패했는데도 그냥 폐업할 때까지 이어가는 경향이 있더라” 고 꼬집었다. 실패를 용인하는 정책을 펴야 시장에 기생하는 좀비기업들을 걷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양 회장은 이어 “실리콘밸리·보스턴 등 미국의 벤처스타트 업생태계는 스탠퍼드대·MIT·하버드대 등 좋은 대학 중심으로 인재와 벤처캐피털이 모여 생긴 것” 고 분석했다.
이민자의 사회인 미국에서 많은 나라 출신들과 네트워킹하고 토론하다 보면 자연스레 혁신이 나오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물리학회장(2024년)에 당선된 김영기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은 R&D 생태계와 관련해 “리더의 임기에 상관없이 사람이 바뀌더라도 지속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기관장이 바뀌더라도 혁신이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부의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남들(선진국) 따라 진짜 열심히 했는데 이제는 앞장서서 나아가야하는 전환기를 맞이했다”며 “하지만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가 거의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관료·교수·연구원 등 각 분야에서 여전히 옛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다”며 “지금이라도 기업가정신을 갖고 새로운 시도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과학기술계에서도 축구의 손흥민같은 젊은 스타들이 나오도록 투자해야 한다”며 “IBS에서도 세계적 실력을 갖춘 젊은 과학자들에게 연구단장직 등을 과감하게 부여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IBS는 대전본원 외에도 KAIST·서울대·POSTECH 등 전국 연구 중심 대학에서 33개 연구단에 연50억~60억 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청중석에서도 활발히 토론에 참여했다. 하영자 IBS 기후물리연구단 교수는 “기초과학이 응용과학이나 경제 발전, 산업화에 직결될 수만은 없다”며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는데 미국처럼 지구의 지속 가능성이나 우주 같은 연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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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고광본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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