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혈압 약으로 개발… 소량 복용시 발모 효과 탁월
크림 또는 용액 두피에 바르는 ‘로게인’으로 상용화
▶ 경구약 효과는 20년 전 우연히 발견… FDA 미승인
탈모 방지 샴푸에서부터 각종 치료제까지, 탈모 치료 상품에 대한 광고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탈모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많은 피부과 의사들은 이들 제품들이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예일대 의대의 피부과 전문의인 브렛 킹 박사는“비싼 비용이 들어가는 탈모 치료 제품들이 많지만 대부분은 탈모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한 장사일 뿐”이라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러나 탈모 전문 피부과 의사들이 비용은 하루 몇 센트 정도로 매우 적게 들면서도 실제 발모에 효과가 있는 치료약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미녹시딜(minoxidil)’이다.
미녹시딜 성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로게인(Rogaine)’이라는 브랜드명으로 머리에 바르는 탈모 치료제로 상용화돼 왔다. 그러나 여기서 피부과 의사들이 말하는 것은 바르는 ‘로게인’이 아니라, ‘미녹시딜’ 알약을 매우 적은 양으로 복용하는 경구용 치료를 말한다.
제약사들이 개발하는 상당수의 약들이 그렇지만, 미녹시딜은 원래부터 탈모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 아니었다. 마치 ‘비아그라’가 원래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됐던 게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는 당초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중 효과를 입증하는데 실패했지만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박을 터트린 신약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미녹시딜은 더 극적인 개발 과정을 거친 약물이다. 당초 위궤양 약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실험 중 효능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지만 혈압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하여 고혈압 약으로 개발 시판되었다. 그런데 장기 복용자 중 60~80%에서 발모가 촉진되는 현상이 나타나 이번에는 탈모 치료제로 재변신하게 된 것이다.
현재 미녹시딜은 탈모 치료제로 공식 인가를 받은 제품은 크림이나 용액 형태로 머리에 바르는 약 뿐이고, 경구용 미녹시딜은 탈모 치료제로는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이 난 게 아니다. 따라서 현재 미국에서 탈모 치료제로 시판되고 있는 미녹시딜은 ‘로게인’이라는 상표명으로 팔리고 있는 바르는 탈모 치료제 뿐이다. 미녹시딜을 주성분으로 하는 바르는 탈모 치료제인 로게인은 남성용이 지난 1988년부터, 그리고 여성용은 1992년부터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탈모 치료 전문 피부과 의사들 중 상당수가 탈모 환자 치료를 위해 미녹시딜을 먹는 약으로 처방하고 있으며, 상당히 효과가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녹시딜 경구약의 탈모 치료제 처방은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피부과 의사들이 레이블이 없는 비공식적 처방(off-label)으로 사용하고 있다.
많은 피부과 의사들이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탈모 치료 전문의들은 미녹시딜을 바르는 약 형태로 사용할 경우 상당수의 환자들에게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바르는 미녹시딜은 두피에 직접 도포를 해야 하는데 머리카락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고, 또 특히 여성 탈모 환자들의 경우 끈적끈적하게 바르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또 미녹시딜 성분의 경우 발모 효과를 위해서는 황산기 전이효소에 의해 활성화된 형태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 효소는 두피에 약을 바르는 경우 충분히 생성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먹는 약으로 복용하면 자동적으로 활성화된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다.
미녹시딜 경구약의 발모 효과는 사실 20년 전 우연히 발견됐다. 호주멜버른 대학의 피부과 교수인 로드니 싱클레어 박사가 한 여성 탈모 환자를 치료하면서다. 이 환자는 바르는 미녹시딜, 즉 로게인 제품으로 치료를 시작했는데, 머리가 자라나는 효과는 있었지만 두피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 여성 환자는 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발모 효과가 있자 로게인 치료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이에 싱클레어 박사는 흔히 피부 알러지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약을 매우 소량으로 경구 투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의학계 관행이 생각나, 당시만 해도 고혈압 약으로 처방되고 있는 미녹시딜 알약을 4분의 1로 잘라 이 여성 탈모 환자에게 투여를 했는데, 이 환자의 혈압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다른 부작용도 없으면서 발모 효과는 그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후 싱클레이 박사는 이 여성 환자에게 점점 더 적은 양의 미녹시딜을 투여했다. 나중에는 미녹시딜 고혈압약 알약을 14분의 1로 잘게 쪼개 복용을 시켰는데 여전히 효과가 유지되자, 싱클레어 박사는 보다 많은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했고 이같은 효과를 지난 2017년 학술지에 발표하게 된 것이다. 싱클레이 박사는 지금까지 약 1만 명의 탈모 환자들을 이같이 매우 소량의 미녹시딜 알약을 복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탈모 치료를 해오고 있다.
한편 현재 남성 탈모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으로는 미녹시딜(로게인) 외에도 두타스테리드(제품명: 아보다트)와 피나스테리드(제품명: 프로페시아)가 있다.
발모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된 두타스테리드는 성욕 감퇴, 발기부전, 유방 압통, 기립성 저혈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아주 드물지만 박피, 안면 부종, 호흡곤란 같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피나스테리드 역시 흔치는 않지만 성욕 감퇴, 유방 압통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국소용과 경구용 미녹시딜은 대개 내약성이 양호하고 부작용이 없다.
흥미로운 점은 미녹시딜 외에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 모두 원래는 탈모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는 원래는 전립선 비대로 인한 소변 장애 치료제다. 이 약들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시키는 효소를 억제한다.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탈모를 촉진한다. 그러다 보니 탈모 치료제로 전용된 것이다.
FDA은 피나스테리드를 남성 탈모 치료제로 승인했다. 두타스테리드는 탈모 치료제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탈모에 적응증 외(off-label)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다.
주의할 점은 남성호르몬에 관여하는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레리드는 모두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두 약물 모두 3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고 계속 먹어야 효과가 유지된다. 복용 중단 후 12개월 내에 효과가 없어질 수 있다. 또 반드시 남성만 사용해야 하고 여성이나 어린이는 이 약을 접촉하거나 먹지 말아야 한다. 특히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 임신 여성은 절대 복용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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