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 웃브리지 이인숙씨- 델라웨어 양준택씨
▶ 13세때 헤어진후 황해도민회 ‘석경회’모임서 만나

88세의 이인숙(왼쪽) 씨와 양준택 씨가 75년만에 상봉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북에 고향을 둔 유치원 동창들이 헤어진 지 75년만에 워싱턴에서 우연히 재회해 화제다. 1947년 황해도에서 헤어졌다가 두 사람 모두 태평양을 건너 75년 후인 2022년에 워싱턴에서 만난 것이다.
1934년생으로 올해 88세인 이인숙(여, 버지니아 웃브리지 거주) 씨와 양준택(남, 델라웨어 거주) 씨는 지난 13일 버지니아 매나세스 소재 플래밍 그릴 & 뷔페에서 열린 황해도민회의 석경회 모임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만났다.
석경회는 남한과 북한이 공존한 황해도라는 특수한 여건 속에서 남한으로, 또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 중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기 동창들의 모임.
이들 두 사람은 황해도 신천군 신천읍에서 천주교 유치원을 함께 다녔으며 초등학교는 다르지만 서로 알고 지냈는데 13세이던 1947년 북한에서 실시한 토지개혁 때문에 서로 헤어졌다. 이후 6.25 전쟁이 터지면서 서로 알 길이 없었다.
두 사람은 워싱턴에서 열린 석경회 모임에 참석해 고향이야기를 나누던 중 유치원을 함께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1940년에 유치원을 함께 다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82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반가워 식사도 제대로 못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렸을 적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양준택 씨는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두 사람은 일제시대 때 니화 유치원을 같이 다니다가 나는 아사히 초등학교, 인숙 씨는 후다바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같은 읍내라서 서로 알고 지냈다”면서 “초등학교 5학년때 8.15 광복을 맞이한 뒤 얼마 있다가 1947년 북한에서 토지개혁이 있었고 나는 해주 동중으로 가면서 서로 헤어졌는데 75년만에 상봉을 하게 되니 감개무량했고 말할 수 없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일제시대와 6.25 전쟁, 그리고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한 1.4 후퇴 등을 거치면서 두 사람은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미국 그것도 워싱턴 지역에서 만난 것이다.
양 씨는 6.25 전쟁이 터지고 1950년 12월에 육군 8사단 전차 공격대대에 자원입대를 했는데 당시 16세라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해서 군번 없이 복무를 하다가 1951년에 군번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에는 1991년도에 델라웨어 닭 공장에 취업하면서 왔고 조지아에서 세탁소를 20년 운영하다가 지금은 은퇴한 상태다.
이인숙 씨는 “너무 오래돼서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서로 고향이야기를 하다보니까 같은 유치원에 함께 다녔다는 것을 알게됐다”면서 “말도 못하게 반가웠지만 남녀간에 지킬 예의도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했으나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거쳐 미국 땅에서 유치원 동기생을 만나니 좋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6.25 전쟁이 터지면서 피난민으로 남한으로 내려왔고 1977년에서 미시간으로 도미한 후 1979년 버지니아에 정착했다고 한다.
워싱턴지역 석경회는 한 달에 한번 부부를 합쳐서 30-40명이 모여 고향이야기도 하고 정담을 나누는 모임으로 약 20년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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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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