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부동산의 ‘큰 손’으로 불리면서 부상했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채무 위기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자 LA 다운타운에 개발한 고급 콘도 건물과 호텔 건물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

한때 LA 다운타운 부동산 개발을 뒤흔들던 ‘차이나 머니’의 큰 손 중 하나가 이처럼 위기에 빠지면서 남가주를 비롯한 미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 자본의 영향력 쇠퇴를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의 잘나가던 민간 부동산 기업들은 최근 수년 간 중국 정부의 규제 및 통제 강화 속에 해외 부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전문매체인 ‘더 리얼딜’은 18일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부동산 투자업체인 ‘그린랜드 그룹’이 LA 다운타운 8가와 프랜시스코 스트릿에 콘도와 호텔 건물 4개로 구성된 ‘메트로폴리스’ 주상복합 단지 중 18층에 객실 350개의 인디고 호텔과 684유닛의 고급 콘도 건물 등 두 동의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메트로폴리스 주상 복합 단지는 그린랜드 그룹이 지난 2016년부터 12억달러를 투자한 대규모 건설 사업으로 매물로 나온 2개 동 이외에도 38층 308개 유닛의 콘도와 40층 514개 유닛의 콘도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두 콘도 건물은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준공됐다.

더 리얼딜은 그린랜드 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콘도 건물과 인디고 호텔의 리스팅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는 매물 가격과 관련해서 지난 2018년 2월 한 차례 이 두 건물이 매물로 당시 인디고 호텔의 리스팅 가격이 2억8,000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해 적어도 5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더 리얼딜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콘도 건물은 고급형으로 스튜디오의 월 렌트비가 2,400달러이고 방3개 콘도의 월 렌트비는 7,550달러에 달한다. 18일 현재 공실률은 3%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고급 콘도로 알려져 있다.

그린랜드 그룹이 LA 다운타운의 ‘알짜배기’ 부동산을 또 다시 처분하려는 데는 모기업의 채무 사정이 악화된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그린랜드 그룹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상하이의 그린랜드홀딩스는 부채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달 채권사의 허가를 받아 4억8,800만 달러의 채권 만기를 오는 2023년 6월25일까지 연장했다. 이로써 그린랜드홀딩스는 달러 표시 채권 지불을 연기한 첫 중국 내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은 부실 채무 구조조정으로 간주해 그린랜드홀딩스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그린랜드홀딩스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24억달러의 부채 만기를 앞두고 있어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랜드 그룹은 이번 콘도와 인디고 호텔 매각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한편 중국 당국은 자국내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관련 대출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자금줄이 묶인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국의 대표적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그룹으로부터 촉발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다른 업체들로 확산돼 여러 곳이 채권 이자 등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