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에 불어나는 무역수지 적자
▶ 각국 ‘물가잡기’ 금리인상 가속에 교역 위축 우려

세계 무역시장에 전쟁·긴축 찬바람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항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는 모습. [로이터]
세계 교역 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 무역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데 이어 각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 가속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수입이 더 많이 늘면서 이미 비상이 걸린 상태다. 독일은 31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내는 등 통상 강국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1분기 세계 무역액 최대, 내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세계 교역액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실은 좋다고 보기 어렵다. 교역량이 증가한 속도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입 금액이 늘어난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에너지와 식량 가격 급등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낳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주 내놓은 ‘세계 무역 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제 무역액은 7조7,000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조 달러 늘어났다. 분기별 증가세는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역대 최대 규모다. 이중 상품 교역액은 6조1,000억 달러로 약 25%, 서비스 교역액은 1조6,000억 달러로 약 22%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올해 1분기 상품 교역액은 30%가량 증가한 반면 교역량은 약 6% 느는 데 그쳤다. 이런 큰 폭의 교역액 증가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로 먹고사는데…한국 등 무역적자 ‘시름’
UNCTAD는 “국제 무역의 긍정적 흐름이 긴축 정책과 지정학적 갈등 속에 조만간 끝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미 한국을 비롯한 주요 통상 국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4월(-24억6천500만 달러)부터 5월(-17억1천만 달러), 6월(-24억7천만 달러)까지 석 달 연속 적자를 낸 데 이어 7월 1~10일에는 55억2천800만 달러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고유가로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의 무역적자 행진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중 무역수지는 5월(-11억 달러)과 6월(-12억1,000만 달러)에 적자를 보였고 이달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 5월 10억 유로의 무역 적자를 냈다. 1991년 이후 첫 적자로, 러시아 등 에너지 공급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반면 서방의 대러 제재로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5월에 역대 두 번째로 큰 2조3,846억 엔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고유가와 엔화 약세가 주요인이다.
■각국 긴축 가속 등 하반기 무역시장 곳곳 암초
이런 상황에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이 긴축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세계 경기를 끌어내려 교역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UNCTAD는 올해 남은 기간 세계 무역은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압력, 많은 국가의 부채 문제로 인한 기대 이하의 경제 성장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세로 무역액은 늘겠지만 교역량 증가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갈등과 국제 공급망 불안 지속, 수출 제한과 같은 무역 보호주의 확산 등도 세계 교역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홍지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수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무역수지의 큰 변수는 원유 가격”이라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다가 조금 꺾였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국의 긴축 정책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기존 예상보다 둔화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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