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기 둔화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여기에 관여한 투자은행(IB)들도 거액의 손실에 직면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에 힘입어 M&A와 기업공개(IPO)가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해 전 세계 M&A 규모는 6조달러(약 7천785조원)에 이르렀다.
특히 긴축 분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1조5천600억달러(약 2천24조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도 기록적인 흑자를 거뒀고, 채용 규모를 늘리거나 직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상여금을 줬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 결과 자산시장 가격이 급락하고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투자은행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한 상태다.
1분기 모건스탠리는 IB 부문 매출이 37% 감소했고, 골드만삭스(-36%)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1월까지만 해도 월가에서는 올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IB 부문 매출을 합하면 210억달러(약 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전망치는 170억달러(약 22조원) 수준으로 내려온 상태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M&A 규모는 1조달러(약 1천297조원)로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올 2분기 미국의 IPO 규모는 40억달러(약 5조원)를 밑돌았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하면 97% 감소한 것이다.
미국 백화점 체인 콜스, 약국 체인 월그린스 부츠 얼라이언스는 최근까지 진행해오던 사업 매각 논의를 중단하면서 매수자 측의 자금 여력 부족이나 저조한 금융시장 분위기를 이유로 들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매도자는 과거 가격을 원하는 반면, 매수자는 현재 가격을 원한다"면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투자은행들이 시장 상황 악화 전 합의했던 기업 차입매수(LBO) 인수금융 대출 때문에 막대한 손실에 직면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등의 관련 손실액 합계가 수십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채권을 뮤추얼펀드나 다른 금융기관 등에 나눠서 재매각하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할인율이 높아진 상태다.
연초까지만 해도 이런 채권의 평균 매각 가격은 원금 1달러당 99.2센트였지만, 지난달 23일 기준으로는 94.8센트까지 할인됐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들도 새로운 M&A에 관여하기를 주저하게 되고, 대출을 이용한 기업 인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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