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지 편집장에게 “조선인 학살 정당화는 홀로코스트 정당화” 설득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이 조선인 학살을 왜곡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의 논문 수정에 나서게 된 배경엔 재미 역사학자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 사학과 교수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이 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케임브리지대 학술지 공동 편집장을 맡은 이스라엘 교수들을 설득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하버드대 일본학연구센터 연구원인 이 교수는 올해 초 램지어 교수가 쓴 위안부 왜곡 논문의 전문을 미리 읽었다.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에 경악한 이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쓴 다른 논문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간토대지진의 조선인 학살과 재일교포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문을 썼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에 대한 세계최초 박사논문을 쓰고 자료집 제작 및 증언자 다큐멘터리 순회상연 등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문가로 꼽히는 이 교수는 곧바로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 담당자 측에 이메일을 보냈다.
'일본인 자경단이 조선인이 저지른 범죄 사실 때문에 학살에 나섰다'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배치되는 왜곡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학술서 공동 편집장인 이스라엘 학자들이 처음에 보인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이들은 "서적 출판 시점이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논문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는 답장을 보냈다.
이 교수는 다시 이메일을 보냈다. 조선인 학살 정당화와 일본 정부 군대의 주도적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인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을 추가했다.
홀로코스트까지 언급되자 이스라엘 학자들도 사안의 본질과 심각성을 이해하게 된 듯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스라엘 학자들은 논문 출판에 앞서 역사학자와 법조계 전문가에게 마지막으로 논문 리뷰를 부탁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 논문이 출판되더라도 서문에 '논란이 있는 주장에 기초한 논문'이란 문구를 삽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는 논문이 왜곡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출판을 하는 것은 케임브리지대와 그 출판부의 윤리 강령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거듭된 지적에 결국 이스라엘 학자들도 입장을 바꿨다.
앨론 해럴 이스라엘 히브루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매우 유감스러운 실수"라고 인정하고 학술지에 원문 그대로 실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재일교포 차별 왜곡 논문을 지난 주 출판한 유럽법경제학저널에도 항의문을 보냈다. 온라인상으로라도 학술지의 입장을 밝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다른 학술지 편집자도 교수의 배경과 직함을 신뢰해 그의 역사 지식을 정확한 것으로 단정하고, 사학전문가에게 논문 심사를 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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