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글로브 후보 분류 “스토리·제작·연출 등 더 미국적인 영화 없다”
▶ 평론가 등 “차별” 비판

한인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연합]
미주 한인 영화감독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내년 2월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는 보도에 아시아계 영화인과 비평가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최근 출품작에 대한 연례 심사를 마쳤다며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겨룰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 글로브는 아카데미보다 먼저 열리며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데, 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나리’에서는 주로 한국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외국어 영화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에도 중국계 미국인인 룰루 왕 감독의 영화 ‘페어웰’이 ‘기생충’과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같은 보도가 나오자 미국내 한인 등 아시아계 영화인들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일제히 나서서 이같은 결정이 ‘차별’에 해당한다며 항의를 이어갔다.
룰루 왕 감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버라이어티의 뉴스를 인용하며 “나는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건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이야기다.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특징짓는 구식의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캐나다 방송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 출연 중인 아시아계 배우 앤드루 풍도 “미국에서 촬영하고 미국인이 출연하고 미국인이 연출하고 미국 회사가 제작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영화가 어쨌든 외국 영화라고 슬프고 실망스럽게 상기시킨다”고 적었다.
같은 시트콤에 출연 중인 시무 리우 역시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그것보다 더 미국적인 게 뭐냐?”고 되물었다.
인기 한인 2세 배우 대니얼 대 김도 같은 기사를 인용하며 “미국이 고국인데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셈”이라고 적었다.
연예매체 인디와이어의 수석 평론가 데이빗 에를리히는 “미국에서 다른 미국인들에게 둘러싸여 미국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본질적으로 미국 영화”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잡지 페이스트의 영화 담당 기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도 영어 비중이 30% 정도밖에 안 되지만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며 ‘인종차별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소셜미디어에는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로 분류된 데에 의문을 표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미나리’는 미주 한인 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연출했으며,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다. 역시 이민자인 배우 스티븐 연이 브래드 피트와 함께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과 미국영화 부문 관객상을 받은 이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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