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가슴 벅찬 감동이, 때론 말 못할 슬픔과 절망, 고단함이 우리의 삶에는 있다. 특히 낯설고 물 선 이국땅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 한인들에게는 결이 다른 스토리들이 저마다의 가슴 속에 내장돼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속, 이제는 잔잔한 강물처럼 침잠됐을 워싱턴 지역 한인들의 초기 이민생활의 애환과 남다른 사연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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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이나 인터넷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요리이야기, 먹방(먹는 방송)이 많이 나오니 20여년전의 사건이 생각난다.
K라는 아주 재미있는 의사가 있었다. K는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하는 특기와 요리솜씨가 뛰어나 먹는데 관한 지식이 풍부했다.
20여 년 전 어느 가을, 워싱턴 지역에서 친구 8명이 골프를 함께 치던 날, 그가 볼을 찾으러 숲 속에 들어가 버섯을 발견하고 흥분했다. “이것 봐, 송이버섯이야!” 그때 옆에 있던 S가 끼어들어 송이버섯이 틀림없다 거들었다. 그들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골프백 주머니에 버섯을 가득 채웠다.
나는 K에게 물었다. “그 버섯 정말 먹을수 있는 겁니까?” 그러자 그는 “그럼, 물론이지. XX 식당에 가서 요리를 부탁해야지”라며 식당에 도착해 “이건 송이버섯, 귀한 것이니 반쯤 요리해 주시오”라고 부탁했다. 소주와 맥주에 기분이 올라왔을 때 버섯 요리가 나왔다. 난 별로 내키지 않아 두어 번 먹으려다 망설이고 있었다. 그 때 옆에서 정신없이 먹던 S가 “어 어? 이상하네” 하면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를 따라 화장실로 달려가 보니 어지럽다며 입에 침을 흘리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테이블에 다시 돌아와 보니 모두 입에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
요리를 준비한 식당 주인은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며 “응급차를 부를까요?”라고 물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는 K가 병원이 바로 가까운 곳에 있고, 그 옆에 있는 자기 진료실이 있으니 가서 일단 응급조치를 하고 결과를 지켜봄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진료실에 도착한 후 그는 자료를 열람하더니 큰소리로 “걱정하지 마! 이 버섯은 독성이 약한 버섯이니 물을 잔뜩 마시고 토해내면 돼”라고 했다. 서로 의논 끝에 응급실에는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만일 병원 응급실을 갔다면 다음날 신문에 이렇게 기사가 실렸을 것이다.
“Korean doctors were hospitalized yesterday after eating poisonous mushrooms collected at the golf course and showed early signs of potentially life threatening toxicity. (“한인 의사들이 어제 골프장에서 딴 독버섯 먹고 생명이 위독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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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길 / 은퇴의사·VA 헤이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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