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특혜 박탈 후속책 가능성” 중내부서 미보복 대응안 논의
▶ 중, 자유무역항 건설 추진 등 위안 국제화 노력 기울이지만 아직 달러 의존 ‘절대적 수준’
현실화땐 치명적 악재 불가피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 [연합]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 미국이 ‘핵옵션’으로 불리는 글로벌 달러결제 체제에서의 중국 퇴출을 추진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 기업의 달러결제가 금지될 경우 전 세계에 유례없는 ‘금융 쓰나미’가 밀어닥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홍콩 보안법 제정에 따른 미국의 보복 움직임에 대비한 내부회의를 열어 다양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여기서 미국이 ‘최후의 수단’으로 국제 달러결제 시스템에서 중국을 밀어낼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SCMP 인터뷰에서 “달러망에서의 중국 퇴출은 분명히 미국의 옵션 중 하나”라며 “그렇게 될 경우 냉전이라기보다 ‘열전(실제 무력충돌)’에 가까워질 것인데 중국도 피해를 보겠지만 미국의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SCMP는 미국 정부가 중국을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이나 미국도매결제시스템(CHIPS)에서 배제할 경우 중국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에서 미국달러의 세계 지배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약한 고리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국제적인 무역·금융·투자 시 지급수단으로 달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홍콩 금융기관들이 그 관문이 돼왔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에 대한 보복으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기로 한 마당에 중국을 달러결제망에서 퇴출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중국 측의 우려인 셈이다. 아직 미국 고위인사가 위안화의 달러결제망 퇴출 관련 언급을 공개적으로 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는 너무 치명적인 악재라 “미국이 이러한 연결고리를 약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깨뜨리고 국제자본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으며 홍콩의 국제금융센터 지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거래에서 달러화 비중은 절대적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제지급거래에서 달러 비중은 42.2%였고 위안화는 1.9%에 불과했다. 유로화 비중이 31.7%로 높기는 하나 이는 대부분 유럽연합(EU) 국가 내에서 발생해 실제 국제거래에서는 달러화가 보편적인 수단이다.
최근 들어 중국도 자국이 최대 소비국인 원자재 수입에서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거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블록 국가 간 위안화 거래를 늘리는 식으로 위안화 국제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2월 1.6%였던 위안화 거래 비중은 만 2년간 겨우 0.3%포인트 늘었을 뿐이다. 중국이 최근 디지털위안화를 급히 추진하는 것도 나름 위안화 국제화의 돌파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전날 공개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로드맵은 위안화 국제화의 새로운 시도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자유무역지대 가운데 자유무역시험구는 이미 18곳이 지정됐지만 자유무역항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이루고 2035년 자금이동, 입출경, 물류 분야 자유화까지 완성해 인근 홍콩을 대신하게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회주의 국가로서 중국 체제의 경직성이 존속하는 가운데 제도만으로 자유무역지대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기존 18곳의 자유무역시험구에서 증명된 상황이라 하이난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홍콩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계획 공개는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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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최수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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