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5자 구도’… 민주당-보수통합신당-호남신당-국민당-정의당 대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총리가 10일 종로구민회관을 찾아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하림각에서 열린 핵심당원 간담회에서 부인 최지영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
국회의원 선거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흔히 대결 구도-표밭 구조-바람-인물 등 네 가지를 꼽는다. 4·15 총선을 64일 앞두고 대결 구도와 인물 등 두 가지 윤곽이 드러나면서 선거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우선 정치세력 간 이합집산이 극적으로 전개되면서 총선 구도의 틀이 잡히고 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9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의 신설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보수 야권의 통합 신당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국민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도 공식 출범했다. 호남 의원들이 많은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민주평화당은 통합 협상에 본격 착수함으로써 조만간 ‘호남 통합신당’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보수 통합신당 양대 정당이 대치 전선을 형성한 가운데 국민당과 호남 통합신당, 정의당 등이 가세하는 5자+α(알파) 대결 구도로 치러진다. 알파 세력으로는 우리공화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민중당 등이 있다.
한국당과의 합당과 선거연대 카드를 놓고 고심하던 새보수당이 합당을 선택함으로써 야권 통합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통합신당준비위원회(통준위)는 10일 ‘대통합신당’을 통합 신당의 이름으로 잠정 합의하고, 16일 통합 신당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또 한국당은 13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새보수당과 이언주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과의 합당을 결의하기로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의 대결 구도에 대해 “결국 5자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황 평론가는 “국민당이 막판에 야권 통합이나 반 문재인 연대에 참여할지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지만 진영 대결을 비판하는 안철수 전 대표는 보수 통합보다는 제3지대 중도의 길로 계속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국민당이 바라는 오렌지색 바람의 강도는 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총선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보수통합신당의 원내 1당 차지 싸움이다. 보수통합 신당의 추이와 현정부의 경제 성적표 등을 지켜본 중도층 표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선 진보 30%-보수 30%-중도 40%의 이념 지형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어느 정당이나 후보를 확고하게 지지하지 않는 ‘스윙보터(swing voter)’인 중도층의 표심 흐름이 ‘정권 심판론’과 ‘국정 안정론’ 가운데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선거 바람의 향배가 결정된다. 따라서 보수통합신당이 중도층 표심을 잡게 된다면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혁신 없는 통합’이란 비판에 직면할 경우 뺄셈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의식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 지도부는 통합 신당 세일즈에 본격 나섰다. 황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문 기득권 세력이 노골적으로 우리의 도전을 깎아내리고 통합을 비아냥대는 것은 통합과 혁신의 위력을 잘 알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아름답고 정의로운 승리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보수 진영이 비전과 가치보다는 오직 대통령에 대한 반대와 선거 승리에만 집착하는 공학적 접근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통합 견제에 나섰다.
이와 함께 여야의 선거사령탑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됨으로써 인물 대결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총리가 종로 출마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고심하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 7일 “종로를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면서 종로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빅매치가 성사됐다.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10일 종로에서 현장 행보를 이어가며 선거전을 조기에 가열시키기 시작했다.
이번 총선의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종로 대첩의 승패 결과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출마를 미리 선언한 이 전 총리가 앞서가고 있지만 선거가 임박해 ‘정권 심판론’ 바람이 불면 황 대표와 이 전 총리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평론가는 2000년대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종로구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론’ 영향으로 여당 후보보다는 야권 후보를 당선시킨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점을 접전 예상의 이유로 꼽았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4년 전 총선 당시에도 선거 보름 전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야당인 민주당 정세균 후보보다 큰 차이로 앞서 있었으나 개표 결과 정 후보가 12.9%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고 말했다.
초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선 이 전 총리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라는 점을 활용해 종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우위를 지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반면 황 대표의 전략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는 ‘정권 심판론’과 촘촘한 현장 행보를 배합한 바람몰이로 판세를 역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 측은 새보수당과의 합당 추진,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종로 불출마 선언 등 야권 통합이 탄력을 받는 것도 호재라고 보고 있다. 이정현 의원은 이날 종로 출마 의사를 접고 황 대표에게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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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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