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미 대통령 선거 향방은…공화-민주 ‘왕좌의 게임’
혐오·인종차별·막말·막무가내…트럼프 탄핵 당했음에도 불구, 기존정치 반감 탓 지지율 상승
▶ 민주당 2월 첫 후보경선 앞두고 후보 난립·트럼프 대항마 없고 중도유권자 흡수 전략부재 고민
연방 하원이 지난 12월 18일 자신의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자 21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USA 스튜던트 액션 서밋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AP]
지난 12월19일 LA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 토론에서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AP]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2015년 대선 출마를 발표할 당시 그의 당선 가능성을 예측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론과 선거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그의 당선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20년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코웃음을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중 세 번째로 연방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최악의 불명예를 안게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과연 재선에 성공해 백악관을 수성하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트럼프 끌어내리는데 지난 4년 ‘절치부심’ 해온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하고 마지막에 웃을 수 있게 될 것인가?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전망해 봤다.
■ ‘트럼프 현상’ 재연될까
언론과 선거 전문가들의 모든 예측을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트럼프가 보여준 일련의 이변을 가리켜 ‘트럼프 현상’이라고 한다. 트럼프는 어떻게 지금의 지지와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
트럼프 개인의 끊임없이 계속되는 혐오스러운 행태에도 불구하고 비록 반쪽에 불과하지만 그가 지지와 인기를 누리는 이유를 알아야 트럼프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의 성공으로 귀결된 ‘트럼프 현상’의 근간에는 바로 정치적 냉소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 기저에는 지난 40년간 미국을 지배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있다. 지난 40여 년을 이어져 온 소위 ‘정치적 올바름’ 캠페인이 점차 과도해지고 과격한 양상을 띠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에 대해 진절머리를 내는 정치적 냉소 현상이 성장했고, 바로 이때 등장한 것이 트럼프였다는 것이다.
정치적 냉소에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있던 절반의 미국인들에게 대변인 노릇을 자처하면 등장한 ‘반영웅’이 바로 트럼프였고, 이에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당위’와 ‘올바름’만을 말하는 주류 정치인들과 달리 트럼프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 말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자신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다.
증오와 혐오,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 등으로 점철된 트럼프의 막말 논란에도 그는 내뱉은 말을 철회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오히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까지 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캐릭터는 지지자들에게 오히려 진정성의 증거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4년 전 트럼프 현상은 트럼프의 ‘반쪽짜리’ 성과를 토양 삼아 탄탄한 논리를 갖춰가며 오히려 더 두텁고 탄탄한 기반을 갖춘 듯이 보인다.
2016년의 트럼프 현상은 역대 세 번째로 하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2020년 더 단단한 모습으로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요지부동 오히려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지고 있는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으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현상을 이를 반증한다.
■트럼프의 재선 전략
CNN은 “케네디가 ‘TV 대통령’이고 오바마가 ‘인터넷 대통령’이라면 트럼프가 ‘소셜미디어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 트럼프의 전략을 꿰뚫은 바 있다. 이번 선거도 트럼프 진영은 소셜미디어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측이 소셜미디어에서 공격적인 광고캠페인에 나서면서 민주당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탄핵 국면에서도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재선 전략의 핵심인 디지털 캠페인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구글 등을 중심으로 반이민·가짜뉴스 등 선정적인 이슈를 주로 부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캠프는 지지층의 분노를 자극하는 광고로 탄핵국면을 돌파했다고 분석했다. 광고 메시지에서도 민주당 진영이 중도층 공략에 주력하는 쪽이라면, 트럼프 캠프의 초점은 철저하게 ‘보수 지지층 다지기’에 맞춰져 있다. 통합 같은 공동의 가치보다는 분열의 코드로 전략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략가인 엘리자베스 스파이어스는 “트럼프 진영은 통합이나 예의를 말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이런 것들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이라며 “누구나 분열되지 않은 곳에서 살기 원하지만, 굳이 이를 위해서 투표장에 가지는 않는다”고 트럼프 재선 전략의 코드를 짚어냈다.
■민주당 ‘트럼프 대항마’ 고심
오는 2월3일 실시되는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민주당에서는 트럼프에 맞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대항마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데 민주당의 고민이 있다. 사상 세 번째로 하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트럼프를 꺾을 만한 ‘절대 강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이다.
현재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필두로 강성 진보 성향인 엘리자베스 워런·버니 샌더스 등 2명의 연방상원의원, 그리고 ‘젊은 피’로 혜성같이 등장해 선전하고 있는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그리고 뒤늦게 경선 대열에 합류를 선언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그나마 전국적인 지명도와 정치 경륜 등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온 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꾸준히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러나 압도적인 강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초반 4개 주에서 서로 다른 3~4명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주요 후보들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 끝까지 판세를 단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확실한 후보를 못 찾고 있는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은 오바마와 같은 후보를 선호하고 있지만 현실은 트럼프를 저지할 안정적 후보를 찾기 위해 갈등 중이다.
부티지지는 동성애자라는 점이 흑인 유권자 등을 끌어 모으는 데 한계라는 지적이며, 경험과 인지도, 중도 성향을 강점으로 내세운 바이든은 본선 경쟁력이 있지만 유권자 열기는 아직 냉랭한 분위기다.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워런은 지나친 진보적 공약으로 상승 곡선이 꺾였고, 샌더스는 2016년의 열기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오바마의 쓴소리
민주당의 2020년 대선에서 절치부심했던 정권탈환에 성공하려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쓴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후보들이 건강보험이나 이민 이슈 등에서 누가 더 진보적인 지를 놓고 싸우고 있지만 이런 경쟁은 대중의 생각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라며 “보통 국민들은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 고치거나 재개조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진보 선명성 경쟁보다 중도 유권자를 끌어들일 현실적 전략 부재를 지적한 쓴소리인 셈이다.
민주당은 연방하원서 트럼프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전술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지지부진한 상황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11월 대선의 승자는 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탄핵 전투에서 승리하고, 대선 전쟁에서 패배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하원의 탄핵소추를 딛고 대선에서 승리하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될지 아니면, 민주당의 극적인 정권탈환 드라마가 펼쳐질 지 2020년 11월 대선 결과에 미 전역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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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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