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9월 중국 외교관 두 명을 스파이 혐의로 추방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중국 외교관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강경조치는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국가안보국(NSA) 기밀서류를 빼내려 한 혐의로 중국 외교관 두 명을 체포한 이후 32년 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버지니아주의 군사보안시설로 진입한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직원 두 명을 조용히 추방했다”면서 “이 가운데 한 명은 외교관으로 위장한 정보장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두 명은 각자의 부인을 태운 차를 타고 버지니아 노퍽 미군 특수부대 기지를 향해 가다가 검문소에서 되돌아 가라는 제지를 받고도 1마일가량 그대로 직진한 뒤 추격전까지 벌이다 결국 출동한 소방차에 막혀 멈춰 섰다.
추방된 외교관들은 “길을 잃은 상태에서 경비병들이 영어로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미 군당국은 “보안조치 수준을 시험해 보려 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노퍽에는 미 해군 특수부대(SEAL)를 포함해 특수작전부대와 관련 시설들이 배치돼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중국의 대미 정보수집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상대국 학자들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방식 등으로 상호 방문을 차단하고 있다. 스파이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더라도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관을 추방한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미중 양국은 이번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미 국무부는 한 달 후인 지난 10월 “미국 주재 중국 외교관과 공무원이 미 관리를 만나거나 연구기관을 방문할 경우 사전에 통지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하며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자 중국도 지난 6일 외교부를 내세워 “미국의 제한 조치에 맞선 응당한 대응”이라며 “미국 외교관들이 중국 지방정부와 접촉할 경우 5일 전에 미리 통보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논란이 일자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미국에 이미 엄중한 교섭과 항의를 제기했다”며 “잘못된 조치를 시정하고 결정을 철회해 외교관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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