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의 시리아 철수 공백 틈타 터키, 러시아와 합동 순찰하고 지대공 미사일 도입 등 일탈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나토)가 뇌사에 빠졌다.”“당신 머리 상태부터 확인하라.”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주고받은 설전이다. 외신은 두 정상의 거친 대화를 나토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진단하고 있다.
1949년 냉전시절 소련에 대응해 민주주의 국가들의 집단방위를 목적으로 출범한 나토가 7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집권 초부터 줄곧 나토를 홀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위비 압박을 무기로‘나토 무용론’에 쐐기를 박을 기세다. 여기에 미국의 고립주의에 맞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회원국 터키의 거듭된 돌출 행동은 나토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나토의 위기감은 지난달 마크롱의 한마디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나토가 뇌사를 경험하고 있다” 며 안보 기능이 마비된 유럽의 현실을 개탄했다.
다분히 터키의 시리아 쿠르드족 침공을 겨냥한 발언인데, 그러자 에르도안이 발끈 한 것이다. 터키 정부는 마크롱을 ‘테러후원자’로 조롱하기도 했다.
마크롱이 터키의 군사행동을 문제 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집단안전 보장을 근간으로 한 나토의 핵심은 ‘북대서양조약 5조’에 잘 나와 있다. 회원국이 군사적 피해를 당하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한다는 규정이다. 동맹 중 하나가 선제적 공격에 나서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나토 회원국들은 터키가 군사 공격을 단행한 뒤에야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호 방위라는 기본적 약속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불만이다.
터키는 또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고, 러시아군과 시리아 북동부 안전지대를 합동 순찰하는 등 나토 설립 취지에 위배되는‘일탈’을 지속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터키는 시리아 안전지대 설치를 동맹국들이 지지하지 않는 한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 및 발트 3국을 방어하려는 나토의 계획에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나토 분열상은 터키의 어깃장으로 표면화했지만, 그 단초는 미국이 제공했다. 애초 터키의 쿠르드 침공도 미군 철수에 따른힘의 공백을 틈타 가능했던 일이다. 더글러스 루트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미국의시리아 철군은 투명함과 신뢰, 예측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동맹국들의 암묵적 이해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적 힘을 통한 미국의 ‘나 홀로 주의’는 나토를 한층 더 사분오열시킬 시한 폭탄이다. 트럼프는 3, 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나토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세게 압박할 예정이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나토의 방위비 분담이 더 공정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고강도 압박을 예고하는 미국의 진짜 속내는 지난달 15일“(정상회의에서) 전례 없는 방위비 분담 진전을 살펴보기를 기대한다”는 백악관 성명에서 보다 잘 드러났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인 2년 전 같은 회의에서 “동맹들이 미국민의 세금을 돼지 저금통으로 알고 빨대를 꽂아 빨아먹고 있다” 며 ‘나토 무임승차론’을 꾸준히 견지해 왔다.
2014년 합의한‘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2% 지출’규정을 지키라는 건데, 이를 충족한 나라는 29개 회원국 중 9곳에 불과하다. 당장 내년까지 1,000억 달러를 추가 부담하기로 했으나 미국의 요구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2016~2020년 나토와 캐나다의 추가 방위비가 1,3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며 나토의 노력을 강조한 것도 정상 회의를 앞두고 미국을 달래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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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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