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공자의 가르침 중에 사람의 바람직한 성품과행위를 가리키는 유명한 두 마디가 있다면 상선약수와 중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노자는 자연의 순리를 도(道)라고 가르쳤다. 자연의 순리(順理)를 따르는 삶이 행복한 삶이요, 순리를 행하는 정치를 가장 좋은 정치로 생각했다.
이 단순한 이치를 설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 예가 물 이다.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이리 저리 갈라져 흐르지만 결국에는 강을 이루고 마침내 모든 것을 포용하는 큰 바다를 이룬다. 이런 물의 성질에서 노자는 도의 큰 뜻을 깨닫고 이를 상선약수(上善若水)로 표현했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의 삶이 물과 같을 수 있을까? 높은 곳에서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를 수 있을까? 오만과 편견으로 채워진 우리의 의식과 행위가 과연 자신을 낮추고 항상 겸손하게 이웃을 대할 수 있을까? 정치와 경제와 이념의 작은 견해차이가 이웃과 친구와 심지어 형제를 가르는 분위기 속에서 노자의 가르침은 낡아버린 빈 말이 아닐까?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경쟁사회 속에서 물처럼 살다가는 실패자로 매장 당하는 것은 아닐까?
노자의 가르침과는 먼 거리에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요, 우리가 사는 사회가 큰 바다는 커녕 한 강물도 이루지 못하고 분렬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인데, 물과 같이 산다는 것이 가능할까?
한 친구가 보낸 메시지에 “별은 어두울수록 빛 난다”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어두울수록, 분렬과 갈등이 심해질수록,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가르침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드레즈덴 대학에 갔을 때 한 교수의 집에 초대를 받아 하루 저녁을 독일 친구들과 같이 지낸 적이 있다. 같이 초대된 영국 교수가 가는 도중 한 마디 충고를 했다. 독일인 가정에 갔을 때는 세계 2차대전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이만나서 어떤 주제는 피해야 하고 어느 선은 넘지 않아야한다는 것이 좀 불편했지만 이해 할 수는 있었다. 미국이나 한국이 독일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친구들을 만나면 어떤 주제든 제한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요즈음에는 그런 생각에 점점 자신이 없어져 간다. 트럼프와 힐러리, CNN과 FOX 뉴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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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헌/맨체스터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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