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인 지지층 결집’ 재선 노림수 시각
▶ 공화당서도 비판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자신에 대한 연방하원의 탄핵 조사를 ‘린치’(lynch·집단에 의한 무단 처형)에 비유했다가 또다시 부적절한 인종적 언사로 갈등을 유발한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잊힐 만하면 인종차별 논란을 촉발하면서 정치적 공방을 불러일으키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진행 중인 민주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으면서 ‘린칭’(lynch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언젠가 한 민주당원이 대통령이 되고 공화당이 하원에서 승리한다면, 근소한 차이라 하더라도, 공화당은 정당한 절차나 공정성, 법적 권한 없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공화당원은 여기서 목격하고 있는 것, 린칭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린치 또는 린칭은 미국 남북전쟁 이후 남부 백인우월주의들이 흑인을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처형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시민단체를 인용해 1882년부터 1968년까지 4,700명 이상의 린치가 있었고, 그중 거의 4분의 3이 흑인 피해자였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제임스 클라이번 연방하원 원내총무는 “이것은 어떤 대통령도 자신에게 적용해선 안 되는 단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한 표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급진적 흑인운동 단체 출신인 바비 러시 하원 의원은 “당신은 이 나라를 세운 이래 나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이 처형됐는지 아느냐”며 해당 트윗 삭제를 요구했다.
흑인의원 모임 의장인 캐런 배스 민주당 연방하원의원은 “당신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이런 ‘인종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우리는 이 미끼를 삼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베니 톰슨 하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이번 발언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민주당의 무리한 탄핵 조사 역시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미치 매코널 연방상원 원내대표는 “유감스러운 단어 선택”이라며 “우리 역사를 고려할 때 나는 린칭과 비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튠 연방상원 원내총무는 “그것은 어떤 문맥에서라도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고, 애덤 킨징어 하원 의원은 “우리 역사의 고통스러운 채찍을 정치에 비교할 순 없다”며 즉각적 철회를 요구했다.
케빈 매카시 연방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유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탄핵 조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정당하다고 평가했다.
언론들은 이같은 인종차별적 발언이 분열적 언사를 통해 내년 재선 도전에서 주요 공략 대상인 ‘노동자·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